[데스크 칼럼] 정부마저 VC는 선, PE는 악으로 봐선 안된다
||2026.05.02
||2026.05.02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벤처투자 활성화를 강조한다. 벤처기업을 키워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취지다. 방향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실제 최근에도 창업 신화를 써낸 1세대 기업이 적지 않다. 다만 냉정하게 말해 미국처럼 역동적인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답은 이 길이 분명하다는 듯 확신에 차 밀어붙인다.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 연기금 자금까지 더해져 시장에 더, 더, 더 많은 유동성이 풀린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재명 정부는 연간 벤처투자 규모를 2024년 기준 약 12조원 수준에서 4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물론 혁신 산업 육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면 필연적으로 부작용도 커진다.
벤처업계에서는 이미 기업가치 거품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실적이나 기술 경쟁력보다 ‘이전 투자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자체가 다음 투자 유치의 근거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기업가치가 한 단계씩 뛰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투자금이 생산적 혁신으로 이어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성과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결국 손실은 시장 전체로 전이된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도덕적 해이다. 최근에도 투자금을 유치한 뒤 경영 실패나 횡령, 잠적 등으로 논란이 된 스타트업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해외 도피 논란까지 불거졌던 AI 점자 스타트업 사건은 극단적 사례라 주목받았을 뿐이다. 규모가 작고 비상장이라는 이유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벤처 생태계 내부의 각종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빈번하게 일어난다.
벤처캐피탈(VC)과 유사한 일을 하는데도 정반대 상황에 놓인 시장이 있다. 바로 사모펀드(PE)다. PE에 대해서는 여론도, 정부도 유독 날카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 이후 PE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강해졌다. 구조조정, 차입매수(LBO),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반복되면서 ‘기업을 사고파는 투기 자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정치권과 정부 역시 대체로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심지어 “PE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선적인 시각이다.
저성장과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는 시대에는 오히려 PE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중소·중견기업이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을 인수해 사업을 이어가고, 산업 구조를 재편하며, 비효율 기업을 정리하는 역할은 결국 자본시장이 맡아야 한다.
일본은 이미 이를 산업 정책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후계자가 없는 기업만 전문적으로 인수하는 DRC캐피털, 지방 식품업체들을 연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만든 요시무라푸드홀딩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 경영승계 원활화법을 만들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 PE들은 기업을 되팔지 않고, 정부 기관 등에 배당하는 방식으로 출자금을 돌려주고 있다.
한국도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벤처투자는 무조건 선이고, PE는 무조건 악이라는 이분법으로는 건강한 자본시장을 만들 수 없다.
혁신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은 계속돼야 한다. 동시에 산업 재편과 기업 승계를 담당할 PE의 기능 역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PE라고 옥죄지만 말고, 산업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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