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샀더라면… 어린이펀드, 수수료 비싸고 장기 성과도 별로
||2026.05.01
||2026.05.01
자녀의 미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하는 어린이펀드의 장기 성과가 국내외 시장 지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종목도 코스피 상위사 위주로 평범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비교해 수수료만 높아 딱히 어린이 장기 투자상품으로 분류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평가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어린이펀드 20종의 1년 수익률은 평균 127.5%로 집계됐다. 높은 투자 성과처럼 보이지만, 이는 최근 강세장에서 나타난 일반적 현상일 뿐 어린이펀드의 두드러진 성과는 아니다. 실례로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는 평균 175.7%나 올랐다.
오히려 일부 상품은 1년 수익률이 10% 내외였다. ‘미래에셋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5.9%), 신한자산운용의 ‘신한엄마사랑어린이이머징스타’(12.1%) 등이 대표적이다. ‘신한엄마사랑어린이이머징스타’의 경우엔 펀드 종류에 따라 5년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기도 했다.
어린이펀드란 자녀의 학자금, 결혼 자금 등 미래 목돈 마련을 위해 자녀 명의로 가입해 장기 투자하는 금융상품을 뜻한다. 정책금융상품이 아닌 ‘어린이’를 테마로 하는 민간 펀드다.
어린이펀드가 시장 지수 수익률에 크게 뒤처진 것은 투자 포트폴리오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담았으나 비중이 20%대 초반에 그쳐 반도체 호황 수혜를 누리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장기 투자에 적합한 성장주 비중이 두드러진 것도 아니었다. 어린이펀드라는 상품 정체성과 투자 성과 모두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장기 투자 성과도 별로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용개시 20년이 넘은 어린이펀드 10종 중 펀드 가격 데이터가 존재하는 9종의 20년 수익률(29일 기준)을 확인한 결과, 평균 수익률 156%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71.3%)을 한참 밑돌았다. 코스피보다 나은 수익률을 낸 상품이 한 개도 없었다.
20년 전 자녀 명의로 어린이펀드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면 투자이익은 약 3120만원 정도. 같은 금액을 코스피 인덱스펀드에 넣었다면 투자이익은 약 7226만원에 달한다. 어린이펀드에 투자한 부모가 코스피 인덱스펀드 투자자보다 4000만원 이상 적게 번 셈이다. 미국 S&P500(20년 상승률 444.5%) 인덱스펀드 투자자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다.
20년 수익률이 100%에 못 미치는 상품도 적지 않았다. 대신자산운용의 ‘대신대표기업어린이’ 70.0%, 신한자산운용의 ‘신한엄마사랑어린이적립’ 61.3%, 하나자산운용의 ‘하나i-사랑적립식’ 57.1% 등이 대표적이다.
수수료가 비교적 높은 점도 장기 투자 매력도를 떨어트린다. 어린이펀드 20종의 총보수율은 평균 1.48%로 코스피 추종 ETF(레버리지·인버스·액티브 제외) 평균 0.1%보다 1.3%포인트 이상 높았다. 10년 이상 유지 시 인덱스 펀드와의 수익률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는 지점이다.
세제 효과도 따로 없다. 어린이펀드는 10년에 1000만원씩 최대 2000만원(원금 기준)을 미성년 자녀에게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으나 이는 어린이펀드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ETF나 공모펀드이든 어떤 금융상품을 선택해도 2000만원까지 자녀에게 증여세 없이 물려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어린이펀드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3년 전 4336억원이었던 어린이펀드 설정액은 30일 현재 3373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가 약 38조원, 해외주식형 펀드가 약 33조원 설정액이 각각 증가한 것과 상반된다.
이를 두고 운용사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하고 성장주 중심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한 연구위원은 “어린이펀드가 장기 투자 취지의 상품이라도 투자자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수익률이라서 시장 지수 대비 성과가 뒤처진다면 설정액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경쟁력을 갖추려면 일반 공모펀드와 비슷한 대형주 중심 포트폴리오에 머물기보다 장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적극 발굴·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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