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자동차 생산량 2018년 대비 약 30% 급감
● 독일 프리미엄 3사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
● EU 고율 관세 전략에서 현지 투자 유도로 정책 선회
● 중국 기업들의 유럽 내 유휴 공장 인수 및 현지 생산 가속화
● 낮은 현지 부품 비율에 따른 실질 고용 창출 효과 의구심 증폭
유럽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며 전례 없는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 내 판매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견고한 위상을 자랑하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 GDP의 7%를 차지하고 1,380만 명의 고용을 떠받치던 자동차 제조 기반이 흔들리면서 지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생산 급감과 폭스바겐의 위기
유럽 내 자동차 생산 지표는 산업의 위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2018년 연간 1,600만 대에 이르던 생산 규모는 2024년 1,140만 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업계 1위인 폭스바겐은 상징적인 드레스덴 공장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수만 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전통적인 제조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유럽 자동차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규제 장벽에서 투자 유치로 바뀐 전략
당초 유럽연합은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자국 기업들의 자생력 회복이 더디자 최근에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 현지화를 추진하는 산업가속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과거 저가 공세로 비판받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을 오히려 유럽 내 유휴 공장을 돌릴 적임자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중국 자본의 침투와 현지 제조사의 협력
중국 기업들은 발 빠르게 유럽 현지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리프모터는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스페인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마련했다. 체리와 지리자동차도 현지 제조사와 합작 투자를 진행하거나 기존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유럽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유럽 정부는 이를 통해 고용 유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무늬만 유럽산, 알맹이 없는 고용 창출 우려
노동계와 전문가들이 가장 경계하는 대목은 단순 조립 방식의 고착화다.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와 모터 등 핵심 부품을 자국에서 가져와 현지에서는 최종 조립만 수행하는 키트(Kit) 공정을 고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방식이 정착되면 부품 생태계 전반의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유럽은 제조 기반을 지키기 위해 중국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도박에 가까운 선택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엄격한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콘텐츠 기준을 적용하고 노동 표준 준수를 강제하는 강력한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통 제조사와 중국 자본, 그리고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조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유럽 자동차 산업의 운명을 건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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