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찍자마자 광탈’ 독이 된 조기 재계약 잔혹사
||2026.04.30
||2026.04.30
창원LG 조상현 감독, 재계약 후 며칠 뒤 4강PO 조기 탈락
이른 재계약은 긴장감 완화와 절실함 상실로 이어질 수도

스포츠 세계에서 감독의 재계약은 구단이 보내는 최고의 신뢰이자 보상이다. 특히 한 해 농사를 결정 짓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발표되는 재계약 소식은 선수단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으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되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프로농구 창원LG는 포스트시즌을 코앞에 둔 지난 22일 조상현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과 2028-29시즌까지 이어지는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창원LG 지휘봉을 잡은 조 감독은 곧바로 팀 체질 개선에 성공했고, 지난 시즌에는 구단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며 곧바로 명장 대열에 합류했다. 올 시즌도 정규리그 1위를 확정,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던 터라 재계약 명분은 충분했고, 구단 측도 2연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례적으로 계약 발표 시점을 앞당겼다.
그러나 창원LG는 고양 소노와의 4강 PO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심지어 정규리그 1위 팀이 플레이오프서 한 판도 이기지 못한 ‘스윕패 탈락’은 프로농구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충격적이면서 굴욕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예는 지난 시즌에도 있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또한 지난해 포스트시즌 돌입 직전, 계약 만료를 앞둔 이숭용 감독과의 3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당시 랜더스 구단은 ‘청라돔 시대’를 준비하며 구단의 리모델링 방향성을 일관되게 이어가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규 시즌 3위에 올랐던 SSG는 준플레이오프서 4위 삼성에 1승 3패로 밀렸다.
이 감독은 시리즈 내내 위기 또는 찬스 상황에서 별다른 작전 지시를 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믿음의 야구’로 포장됐으나 결과는 업셋 탈락이었다. 마찬가지로 계약 마지막 해를 앞뒀던 삼성 박진만 감독은 뒤가 없는 벼랑 끝 전술로 플레이오프까지 명승부를 연출, 스스로의 힘으로 재계약을 따냈다.

느닷없는 시즌 중 감독 재계약 발표가 독이 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삼성은 2009년 순위 경쟁이 한창이던 7월, 당시 사령탑이던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시즌 종료 직후 발표됐으나 하필이면 13년간 이어지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 결정을 물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선 감독은 5년 재계약을 맺었으나 1년 후 물러났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NBA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2020년 경질설이 난무하던 네이트 맥밀란 감독과 정규 시즌 종료 직전 1년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인디애나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마이애미에 스윕패를 당했고, 재계약을 맺은지 10여 일 만에 경질이라는 결과로 귀결됐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의 이른 재계약 발표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과론이긴 하지만 역시나 긴장감 완화와 절실함 상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감독의 거취가 불분명할 때, 선수들은 감독을 위해, 혹은 감독 자신도 생존을 위해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미 감독의 잔류가 확정되는 순간, 보이지 않는 긴장의 끈이 풀릴 위험이 있고, ‘올해 안 되면 내년에 하면 된다’는 안일함이 무의식에 파고들 수 있다.
전술이나 선수 기용 등 유연성도 떨어질 수 있다.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은 자신의 철학이나 전략, 전술이 옳았음을 증명받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파격적인 변화가 더 통할 때가 있다. 정규시즌의 성공 방정식에 매몰돼 상대의 변칙 전술에 대응하지 못하고 고집스러운 운용을 고수하다 패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조기 재계약이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2019년 12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은 시즌의 절반을 지났을 시점에 위르겐 클롭 감독에게 4년 재계약을 선물했다. 다행히 클롭 감독은 시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계속해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자극,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첫 우승이라는 결과로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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