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받아들인 현대차…SDV 첫 관문 ‘플레오스 커넥트’ 연다
||2026.04.30
||2026.04.30
자체 OS 양산 전 인포테인먼트부터 먼저 전환
'플레오스 커넥트' 5월 신형 그랜저부터 순차적 탑재
AI·앱마켓으로 '차 안의 스마트폰' 구현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가는 첫 길목에 마침내 발을 들인다. 자체 기술이 모두 완성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리지만,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부터 시장에 내놓기로 하면서다.
현대차는 테슬라가 열어젖힌 흐름을 ‘받아들였다’고 정면으로 인정하면서도, 현대차그룹만의 기술을 추가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로 했다. 테슬라엔 없는 물리 버튼, 운전자 전용 디스플레이, 개방형 앱 생태계를 더해 ‘현대차식 SDV 경험’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UX 스튜디오 서울에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설명하는 미디어데이를 열고, 오는 5월 출시 예정인 ‘더 뉴 그랜저’를 시작으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에 순차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약 2000만대의 플레오스 커넥트 탑재 차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대차 플레오스 커넥트의 핵심은 차를 더 이상 '출고 시점에 기능이 고정된 제품으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간 자동차의 경쟁력이 엔진, 차체, 주행성능 등 하드웨어 완성도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차량 구매 이후에도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능이 추가되고 서비스가 확장되는 구조가 중요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종원 현대차·기아 Feature&CCS사업부 전무는 “우리는 앞으로도 차량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차량 소유의 경계를 넘어 고객의 모빌리티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진화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해 왔다”며 “플레오스 커넥트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이자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핵심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플레오스 커넥트는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의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테슬라가 자동차 시장에 몰고 온 '움직이는 스마트폰'의 영역에 한층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테슬라의 방식을 받아들였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가장 먼저 시도한 SDV가 결과적으로 판매량 확대를 이끌고, 테슬라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든 만큼 후발주자로서 전반적인 틀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와 가장 닮은 부분이자, 현대차로서도 가장 크게 체감되는 변화는 실내 중앙의 16:9 비율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다. 화면 내 좌측은 기존 계기판 역할을 하는 ‘주행 정보 화면’, 우측은 내비게이션, 미디어, 차량 설정, 외부 앱을 실행하는 ‘앱 화면’, 하단 바에는 공조, 음악, 전화, 내비게이션처럼 자주 쓰는 기능 등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분리했다.
다만 테슬라와 달리 모든 조작을 터치스크린에만 몰아넣지는 않았다. 볼륨, 온도, 시트 냉난방처럼 주행 중 자주 쓰는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남겼다. 대화면 중심 구조를 채택하되, 운전 중 오조작과 시선 분산을 줄이는 현실적 해법을 더한 셈이다.
김창섭 현대차 UX 전략팀 책임연구원은 "테슬라가 제시했던 대형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UI 자체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했다"며 "그런 흐름 속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사용자 경험을 수용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여기에 주행 관점에서는 좀 더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AI 기능도 전면에 배치됐다. 플레오스 커넥트에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차량용 AI 에이전트 ‘글레오 AI’가 탑재된다. 기존 음성인식처럼 정해진 명령어만 알아듣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 맥락과 발화 의도를 이해해 차량 기능을 제어한다.
예컨대 “에어컨 끄고, 무드등을 숲속 느낌으로 바꿔주고, 라디오 켜줘”처럼 여러 명령을 한 번에 말해도 순차적으로 수행한다. “거기 주차 가능해?”처럼 앞선 대화의 맥락을 전제로 한 표현도 이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레오 AI를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차량 내 경험을 바꾸는 핵심 인터페이스로 보고 있다. 운전 중 화면을 누르지 않고도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찾고, 공조를 조절하고,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SDV를 넘어 ‘AI가 차량 경험을 정의하는’ AIDV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종호 포티투닷 글레오 AI 팀 리드는 “글레오 AI는 단순한 음성 인식 기능이 아니다”라며 “옆에 동승한 사람처럼 대화하며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주변 환경과 차량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기능을 연결하고 실행하는 지능형 AI 에이전트”라고 말했다.
내비게이션도 대대적으로 손봤다. 복잡한 옵션을 줄이고,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 중심으로 화면을 재구성했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으로부터 수집되는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 경로를 제안하고, 전체 지도 데이터를 내려받는 대신 현재 위치나 목적지 주변 정보를 부분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잔량, 온도, 차량 제원 등을 고려해 충전소 경유 경로를 안내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개방형 앱 마켓은 플레오스 커넥트의 또 다른 축이자, 테슬라와 대비되는 현대차그룹만의 경쟁력이다. 그동안 차량 내 앱 사용이 스마트폰 화면을 차량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띄우는 수준이었다면, 플레오스 커넥트는 차량 OS 위에서 앱이 '차량에 맞게' 직접 구동되는 구조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를 ‘닫힌 제품’이 아니라 ‘외부 개발자가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개발자 전용 플랫폼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차량 API와 개발 도구를 제공하고, 외부 개발사가 차량 환경에 맞는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마트폰 생태계가 앱스토어를 통해 확장됐듯, 차량도 앱 생태계를 통해 구매 이후 가치가 커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윤치형 포티투닷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 그룹 리드는 "무엇보다 가장 큰 차별점은 당사가 직접 구축한 개방형 앱 생태계"라며 "외부 개발하시는 분들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자들은 이런 앱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고 다양하게 이용하면서 고객 경험들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국내를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판매중인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에 플레오스 커넥트를 순차 적용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자체 OS '플레오스'를 탑재한 양산차를 출시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그룹 SDV 체제로의 전환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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