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10명 중 6명, 성고충 피해에도 도움 요청 안 해
||2026.04.29
||2026.04.29
군 복무 중 성(性) 고충 피해를 경험한 병사의 절반 이상이 상담이나 신고 등 공식적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고 후 보복 등을 걱정한 경우가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9일 ‘군 성 고충 대응체계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1606명(간부 480명, 병사 980명, 성 고충전문 상담관 14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한 병사 가운데 성희롱 피해 경험자는 3.1%였다. 성폭력과 디지털 성폭력을 경험한 병사도 각각 1.8%였다. 직접 경험한 비율은 낮았으나, 이후 대응 과정에선 대다수가 ‘침묵’을 선택했다.
성 고충을 직접 경험한 병사 가운데 40%만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나머지 60%는 별도의 상담이나 신고 없이 사건을 묻었다.
공식 창구를 통해 문제 제기에 나서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였다.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불이익이나 보복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응답률이 33.3%였다.
‘상담이나 신고할 만큼의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응답률도 33.3%였다. 인권위는 실제 피해를 축소해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인권위는 “2차 피해 우려가 (성 고충 대응의) 가장 주요한 장벽으로 나타났다”며 “병사들이 성 고충 신고가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간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간부들이 성 고충 피해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이유로 ‘신고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신고 후 불이익이나 보복 등 2차 피해를 입게 될 것 같아서’ ‘문제가 있는 간부로 낙인찍혀 부대 생활이 어려워질 것 같아서’ 등이 각각 25% 응답률을 기록했다.
특히 여성 간부 응답자의 12.5%는 군내 성 고충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7.0%)보다 약 1.8배 높은 수준이었다.
인권위는 “남성 간부들은 개인적·상황적 판단이나 신고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공식 대응을 하지 않은 주요 요인이었다”며 “여성 간부는 2차 피해와 평판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피해자가 공식적 창구를 통해 성 고충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순향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군 성 고충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 지원을 강화하고, 24시간 상담·신고가 가능한 핫라인 구축과 성 고충 전문 상담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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