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에 군 데이터 못 맡겨…독일, 군용 AI 솔루션서 팔란티어 배제
||2026.04.29
||2026.04.29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독일이 자국 군의 핵심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사업에서 미국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 통제권과 국가 안보를 우선하는 '소버린 AI'(Sovereign AI) 기조가 군사 조달 영역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간)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독일군 사이버·정보공간 감찰관인 토마스 다움 부제독은 독일군의 차세대 보안형 클라우드 프로젝트에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업은 독일군이 데이터 처리와 AI 응용을 위해 구축 중인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다. 독일 국방부는 이를 미래 디지털 전장의 핵심 기반으로 보고 있다.
다움 부제독은 문제의 핵심이 기술 성능이 아니라 운영 구조에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이미 팔란티어의 '메이븐' 플랫폼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일부 회원국이 생산한 정보 분석 결과물을 활용하고 있지만, 해당 시스템 운영에 외부 인력, 특히 팔란티어 관계자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민간 미국 기업에 독일 국가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군 핵심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해외 기업에 넘길 수 없다는 의미다.
독일은 현재 해당 사업 후보를 독일 기업 알마토와 오르크리스트, 프랑스 기업 챕스비전 등 3곳으로 압축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올여름 시험 절차를 거칠 예정이며 최종 계약은 연말 전에 체결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독일군 AI 인프라 사업이 미국 업체보다 유럽 공급망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의 경계심은 정치적 배경과도 맞물려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과거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독일 드론 제조업체 스타크 디펜스 지분을 일부 보유한 점을 우려한 바 있다. 당시 독일 국방부는 틸이 경영권이나 운영 통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은 뒤 관련 계약을 승인했다.
이 같은 흐름은 독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탠퍼드 인간중심 AI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특정 국가와 소수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AI 주권'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자국 주권형 AI 조직에 5억파운드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프랑스와 브라질도 자국 중심의 AI 규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과 경쟁 가능한 주요 AI 강국으로 거론된다.
반면 미국은 이런 움직임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공개된 미국 국무부 전문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외교관들에게 해외 데이터 주권 법안에 반대하는 로비 활동을 지시했다.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각국 규제가 미국 AI·클라우드 기업의 해외 사업을 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독일의 이번 결정은 미국 AI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와 적자를 감수하면서 성장 전략을 이어가고 있으며 해외 정부 시장 확대를 핵심 수익원 가운데 하나로 제시해왔다.
특히 오픈AI는 내부적으로 이용자 증가와 매출 목표 달성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이사회 구성원은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CEO)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전략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국방·공공 인프라 발주가 미국 기업 중심에서 자국 및 지역 공급망 중심으로 이동할 경우 미국 AI 기업들이 제시해온 글로벌 시장 성장 전망에도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독일군의 이번 선택은 AI 경쟁의 기준이 단순 성능을 넘어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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