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의심’ 소변검사 요구받자 바꿔치기 제출… 대법 “체포가 위법”
||2026.04.29
||2026.04.29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받자 경찰서 유치장에서 다른 수감자의 소변을 자신의 것으로 속여 제출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경찰의 강제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 2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 사건에서 정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정씨는 2024년 6월 12일 오후 11시쯤 지인 한모씨와 경기 의정부시 한 호텔에 투숙했다. 마약 배달책인 A씨는 정씨와 한씨가 투숙한 호텔 호실에 찾아가 필로폰 약 5.75g이 들어 있는 비닐팩 2개를 탁자에 올려 두고 나왔다. 한씨는 이튿날 오전 1시 30분쯤 필로폰 0.05g을 투약하고, 남은 것은 가방에 넣었다.
서울 송파경찰서 경찰관들은 같은 날 오전 2시 3분쯤 의정부시 한 식당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가 ‘호텔을 방문했고, 한씨와 처음 보는 사람(정씨)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호텔로 이동해 한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호텔 안에 있던 정씨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고 주먹을 펴지 않자, 경찰관들은 양손에 수갑을 채워 수색했다. 마약류가 발견되지 않자 경찰관들은 마약 투약 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소변 검사를 요구했으나 정씨는 거부했다.
그러자 경찰은 정씨를 한씨의 필로폰 투약 범행 방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정씨는 송파경찰서 유치장에서도 소변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다 같은 날 오전 9시 40분쯤 유치장 내 다른 수감자의 소변을 자신의 것처럼 속여 경찰에 제출했고, 마약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석방됐다. 정씨는 다른 수감자에게 “소변을 대신 받아주면 영치금 200만원을 넣어주겠다”고 제안했다.
검찰은 소변 검사와 관련해 정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1심은 정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호텔 내부에서 정씨를 긴급체포한 것은 적법하고, 소변 제출 요구를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정씨가 다른 수감자의 소변을 허위로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필로폰 투약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를 적극 방해하고 그 결과 석방되기까지 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했다. 2심은 정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한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호텔을 나간 후 경찰관들이 상당 시간 호텔 내에서 정씨의 양손에 수갑을 채워 신체를 수색하고, 지속적으로 소변 검사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강제수사로 위법한 체포·수색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이어 “그에 뒤따른 정씨에 대한 긴급체포도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경찰관들의 소변 제출 요구는 위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경찰관들의 소변 제출 요구가 적법한 직무집행임을 전제로 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