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파는 중국, 한국서 짐 싸는 혼다 [기자수첩-산업]
||2026.04.29
||2026.04.29
中 '전기차 5분 충전·피지컬 AI 자율주행' 상용화
韓 수입차 시장 연 혼다, 판매 부진에 자동차 사업 철수
테슬라 월 1만대 시대…디자인 아닌 '기술' 사는 소비자

베이징에서는 미래차가 현실이 됐고, 한국에서는 과거의 강자가 짐을 쌌다. 베이징 국제 모터쇼 취재를 위해 중국을 찾았던 지난주, 개막을 하루 앞두고 한국에서 들려온 혼다의 자동차 사업 철수 소식이 결코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은 건 단순히 기분 탓일까.
말로만 듣던 전세계 최대 모터쇼를 마주했을 때 가장 놀란 건 1400여대의 차가 전시된 커다란 전시장 규모도, 전 세계에서 몰린 수많은 기자들도 아니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더 이상 '싼 값에 사는 뒤떨어진 물건'이 아니란 점이었다.
특히 브랜드 로고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중국 브랜드의 자동차는 저마다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디자인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초급속 충전, 로봇, 소프트웨어가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자동차는 보는 것, 밟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이 장면은 우연찮게도 같은 날 한국에서 들려온 소식과 크게 대조됐다. 한국에서 수입차가 일년에 5만대를 겨우 판매하던 18년 전, 혼자서 1만대를 팔아치울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브랜드가 퇴장을 알렸다. 국내에서 일본 자동차에 대한 신뢰를 만들고, 국내 수입차 시장의 포문을 연 혼다코리아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겹친 것처럼 보이지만,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놓고 보면 결국 한 줄로 이어진다. 베이징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기술을 상품으로 바꿔 팔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한때 '기술의 혼다'로 불리던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밀려났다. 시장에서 승기를 쥐는 브랜드의 기준이 바뀐 것이다.
혼다의 역사 깊은 엔진 및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층을 양산하고 있다. 다만,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변하는 속도, 경쟁 구도가 재편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테슬라 혼자서 한 달에 1만대를 팔아치우는 시장에서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더 이상 구미가 당기는 '매력적인 기술'이 아니게 됐다는 의미다.
중국의 기술을 보고 놀라움을 넘어 씁쓸함마저 느껴진 건, 이런 '시장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읽고, 미래가 아니라 '현실'로 가져왔다는 점에서다. 영하 34도에서 5분만에 충전되는 전기차,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도로를 스스로 주행하는 피지컬 AI 주행 시스템. 이 단어들은 적어도 중국에선 미래 콘셉트카를 설명하는 수식어가 아니라, 가격표가 붙은 '실제 상품'이었다.
그래서 혼다의 퇴장이 더욱 무섭다. 지금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5년 후, 10년 후를 바라보며 전동화 전환 목표와 자율주행 상용화를 약속하고 있지만, 소비자는 더 이상 약속만 믿고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정비, 배터리 이슈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에 기꺼이 투자하는 사람들.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던 벤츠, BMW, 아우디 로고의 가치.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제 2의 혼다, 제 3의 혼다가 나오는 건 어쩌면 생각보다 더 가까운 미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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