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엔비디아 뚫다…최주선·장덕현의 ‘반도체 성공’ 방정식
||2026.04.29
||2026.04.29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초격차’ 승리를 일궈낸 경험이 있는 CEO들의 경륜에 힘입은 결과다. 엔지니어 출신 CEO들이 몸소 겪은 반도체 성공 방정식을 배터리와 부품 사업에 이식하면서 양사의 미래 성장 기반이 탄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CEO의 공통점은 반도체 사업에서 체득한 ‘기술 초격차’와 ‘과감한 결단’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는다는 점이다. 최 사장의 배터리 투자 승부수와 장 사장의 AI·전장 포트폴리오 전환은 삼성 부품 계열사들이 단순 공급사를 넘어 빅테크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연구개발(R&D)에 20년 넘게 종사한 자타공인 반도체 전문가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경쟁력을 끌어올린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말 삼성SDI 지휘봉을 잡은 그는 반도체식 ‘선제 투자’ 철학을 배터리 사업에도 투영하고 있다.
최 사장은 전기차 시장 둔화로 업계가 몸을 사리던 지난해 3월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는 투자금을 확보해 다가올 ‘슈퍼 사이클’을 대비한 승부수였다. 올해 4월 메르세데스벤츠와 10조원대 배터리 공급 계약 ‘잭팟’의 밑거름이 됐다.
삼성SDI는 벤츠 수주를 통해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3사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며 유럽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전고체 배터리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등 차세대 게임 체인저 개발도 업계 선두권에서 순항 중이다.
최 사장이 이끄는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치보다 양호한 15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2분기 역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부문별 대응 전략을 차질 없이 실행하며 하반기 분기 흑자 전환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역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반도체 개발의 최전선을 지킨 인물이다. 장 사장은 2021년 말 삼성전기 CEO 부임 이후 기존 모바일 중심의 사업 구조를 AI, 전장, 서버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체질 개선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의 전략은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그록3’ LPU용 FC-BGA 공급사 낙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향후 테슬라의 자율주행용 칩인 ‘AI6’에도 삼성전기 제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사장은 3월 1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공급자 우위 시장을 선점했음을 시사했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MLCC 물량이 스마트폰의 20배에 달하는 만큼, 장 사장이 닦아놓은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실적 퀀텀점프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분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1조4000억원대를 달성하며 2021년 이후 5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삼성전기 매출액은 3조700억원, 영업이익은 2714억원으로 추정돼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부합할 전망”이라며 “AI 서버와 전력 인프라 등 범 AI로의 부품 수급 상황이 여전히 타이트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MLCC는 제품 믹스 개선 효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 개선 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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