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에 주춤한 은행권 자본비율… ‘우리’만 높아진 이유
||2026.04.29
||2026.04.29
올 1분기 환율 급등(원화 약세)과 기업대출 확대 속에 주요 금융지주들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염없이 추락했다. CET1은 은행의 위험자산(RWA)을 보통주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손실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하지만 같은 조건 속에서도 우리금융은 위험자산을 선제적으로 통제, 자본비율을 끌어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선전은 한편으론 이익 성장을 담보로 한 것이어서 마냥 좋게 볼만한 일도 아니라는 평가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일제히 증가했다. RWA는 은행 보유 자산 중 위험도를 측정, 가중치를 적용한 가상의 자산 규모로 CET1 계산시 분모로 작용한다.
KB금융의 RWA가 366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2.5% 증가했고, 신한금융은 365조원으로 3.4%, 하나금융은 301조원으로 4.2% 늘었다. 우리금융 역시 241조원으로 2.8% 증가했다. 분기 중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80원 가까이 급등하며 외화 관련 자산의 위험가중치가 커졌고, ‘생산적 금융’ 기조 속에 기업대출 확대 영향이 컸다.
문제는 자본비율이다. RWA가 늘어나면 분모가 커지면서 CET1은 하락 압박을 받게된다.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82%에서 13.63%로 19bp 하락했고, 신한금융은 16bp 떨어진 13.19%, 하나금융은 29bp 하락한 13.09%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견조했지만 환율 상승과 바젤Ⅲ 규제 영향이 겹치며 자본비율을 방어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우리금융은 다른 길을 택했다. CET1 비율이 12.9%에서 13.6%로 상승,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개선됐다. 핵심은 위험가중자산 관리였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극단적 수준의 분모 통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금융은 환율 민감 자산을 줄여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을 줄이고, 기업대출도 우량자산 중심으로 재편했다.
실제로 KB·신한·하나은행이 각각 4~7%대 기업대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외형 확대에 나선 반면,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대기업 대출은 늘렸지만 중소기업 대출을 줄여 총량을 조절한 결과다. 기업금융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위험 대비 수익성을 따져 자산 구성을 바꾼 셈이다.
다만 이러한 분모 관리 중심 전략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다. 위험을 줄이는 대신 자산 성장과 수익 확대를 일정 부분 제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과도하게 줄여 외형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다음 단계에 대한 의문을 표시한다. 단순히 위험을 줄여 비율을 방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익 확대를 통해 자본을 늘리는 ‘분자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비율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수익 창출력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우리금융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다. 첨단 전략산업 중심의 기업금융 확대, 보증서 대출을 통한 혁신기업 지원, 보험·증권·카드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수익 기반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자산 성장과 주주환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부진을 감안해 우리금융의 올해 이익추정치를 3조1600억원으로 하향한다”면서 “보험사 편입에 따른 이익다각화와 그룹 ROE 개선 효과 등을 기대했지만 1분기 동양생명 순익이 250억원에 그치는 등 시간은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비은행자회사들의 경쟁력 강화 및 이익 기여도 확대 등이 가시화돼야 시장이 더 높은 가치(멀티플)를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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