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번역 그 이상의 역할"…번역대학원대학교 추진위가 밝힌 비전 [D:현장]
||2026.04.28
||2026.04.28
고도화된 번역교육·글로벌 협력 ·학술 중심 거점
"91.6%가 대학원 설립에 긍정적인 답변"
번역원이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통해 한국문학의 기회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28일 문화체육관광부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이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학원 설립 취지와 비전을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2008년부터 한국문학·문화콘텐츠 전문 번역 교육과정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번역원에 따르면 번역아카데미를 통해 지금까지 1600여 명의 수료생이 배출됐다. 이를 바탕 삼아 더 체계적으로 전문 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번역아카데미를 석사과정으로 전환하는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준비 중이다.
시인이자 전 문체부 장관인 도종환을 비롯해 시인 문정희·나태주, 소설가 황석영·은희경, 문학평론가 권영민·유성호, 영화 '기생충'을 번역한 번역가 달시 파켓,시몬느 박은관 회장 등 총 9명이 설립추진위원으로 참여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7개 전공 석사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입학 정원은 내국인 30명, 정원 외 외국인 30명으로 총 60명 규모로, 교육부 설립인가 신청을 거쳐 2027년 상반기 내·외국인 학생을 선발하고, 같은 해 9월 대학원 개교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번역원 측은 기존 아카데미의 한계를 짚으며 번역대학원대학교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현주 번역교육본부장은 "2년 동안 공부하지만, 비학위 과정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학생들이 이후 다시 석박사 과정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진 준비 과정에서 입학할 의향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답변자 269명 중 91.6%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기회의 확장도 기대했다. 이에 대해선 "국내외 대학 및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좀 더 폭넓게 교육을 확장할 수 있는 기관이 된다. 30년 동안 한국 문학을 소개하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현장 경험 및 참여를 통해 진로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통번역대학원과의 차별점도 강조했다. 곽 본부장에 따르면 번역대학원대학교의 주요 비전은 ▲ 고도화된 번역교육 ▲글로벌 협력 ▲학술 중심 거점이다.
곽 본부장은 "통번역대학원이 있는데, 굳이 왜 번역대학원을 설립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기존의 통번역대학원은 11개 정도가 있다. 그런데,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통번역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실용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화 콘텐츠도 다루지만, 주로 실용 분야를 공부한다. 번역의 방향도 외국어에서 한국어 중심"이라며 "그러나 번역대학원대학교는 한국문학, 문화콘텐츠 번역에 특화가 될 것이다. 내외국인 통합교육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으로 내용이 구성됐다"라고 말했다. 통번역대학원과 경쟁이 아닌,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AI 시대에도 여전히 번역가는 '필수 인력'이라고도 강조했다. 곽 본부장은 AI 시대, 필요한 가이드라인 혹은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등 변화하는 시대에 발을 맞추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러면서 "AI는 완벽하게 번역을 할 수 없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빠른 번역은 가능하다. 그런데 작가가 작품을 쓰는 것처럼, 번역도 오랜 시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맥락을 모두 이해해야 좋은 번역이 나온다. 대체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윤선미 아카데미 지도교수 역시 "AI 번역 관련 테스트를 하지만, 문학 분야에서는 효율적이지 않다. 문학 언어는 기계적으로 번역할 수가 없다. 숨겨진 의도나 다른 뜻이 있을 수 있기에 AI가 파악하기 힘들다. 인간, 특히 섬세한 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간만이 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도종환 위원은 "우리나라 문학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자긍심이 있다. 지나온 우리의 역사가 뜨거웠고,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치열했다. 전쟁, 분단, 독재, 자본주의의 모순을 헤쳐나가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있었고, 그 안에서 인간성을 찾기 위한 고뇌도 있었다"면서 "몇 해 전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한 도서의 해외 출간 현황을 5000부 이상을 판매한 작품이 60종 정도 됐더라. 그중 27종이 1만부를 넘겼다. 지금은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를 준비하고 추진해야 하는 시기에 와있다. 기계적인 언어의 전환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정서적 소통을 끌어내는 작업이다. 원어민 독자와의 깊은 공감대를 위해선 언어의 정확성은 물론, 감수성과 표현 체계를 섬세하게 번역해야 한다"라고 지금 번역대학원대학교가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나태주 위원은 "글을 쓰는 나로서는 (대학원대학교 설립이) 기쁘고, 감사하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더 그렇다"라고 감사를 표하면서도 "지난해 일본에 갔을 때 놀랐던 것이, 소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으나 시와 시인은 그렇지 더라. 시 작품 번역에도 신경을 써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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