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받던 디자인하우스, AI 칩 아키텍처 짜는 단계로
||2026.04.28
||2026.04.28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반도체 설계 외주를 담당하던 디자인하우스(DSP) 산업이 수주 단가와 자금 조달 규모 양면에서 체급을 키우고 있다. 2나노 이후 파운드리 단계만으로는 AI 칩 양산이 어려워진 구조 변화가 배경이다. 선폭 축소가 물리적 한계에 근접하면서 2.5D·3D 적층과 칩렛이 성능 경쟁의 관건으로 떠올랐고,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인터커넥트 기술이 새 격전지로 부상했다.
설계 지식재산권(IP), 라이브러리, 전자설계자동화(EDA) 툴까지 묶어내는 통합 설계 역량이 칩 성능을 가르는 변수가 되면서, DSP 업계의 공식도 단순 외주에서 'AI 인프라 아키텍처 파트너'로 옮겨가고 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글로벌 빅테크 협력, 삼성 파운드리·TSMC 양대 파운드리 양산 경험, 자체 플랫폼 기반 솔루션을 앞세워 'AI 인프라 아키텍처 기업'을 선점하고자 한다. 회사 실적 반등이 이런 전략 전환과 맞물린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기준 2025년 매출은 1,244억원으로 전년 710억원 대비 75% 늘었다.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직전 2개년 81억원·158억원 영업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회사가 AI·고성능컴퓨팅(HPC)·오토모티브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수주 비중을 2024년 26%에서 2025년 73%, 2026년 83%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본업 수익성이 먼저 나온 셈이다. 5나노 미만 최첨단 공정 비중도 2025년 70%에서 2026년 80%로 늘어날 전망이고, 턴키 프로젝트 비중은 같은 기간 60%에서 81%로 높아진다.
자체 플랫폼은 체급 전환을 위한 토대다. 에이디테크놀로지 IP 플랫폼 '카펠라(Capella)'는 영국 IP 기업 Arm의 POP(Processor Optimization Packages)과 유사한 컨셉이다. POP이 Arm IP와 실리콘 공정 사이 브릿지 역할을 맡아 주어진 전력 범위 내에서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전압 강하 위험을 낮추는 것처럼, 카펠라도 IP-공정 최적화 계층을 제공한다.
차세대 플랫폼 ADT 620은 ARM 네오버스(Neoverse) V3 기반 2나노 이하 공정으로, ARM·삼성 파운드리가 공동 개발에 참여한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총 개발비는 약 2300억원 이상이다. 2.5D 칩렛 방식을 채택해 데이터센터 서버용 칩 수요에 대응한다. ARM 토탈 디자인 파트너십을 국내 반도체 업계 최초로 체결한 점도 데이터센터·서버 칩 수주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세미파이브의 연속 수주는 이런 단가 상승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4나노 NPU 턴키 계약은 약 180억원(미화 1,250만달러) 규모로, 삼성전자 4나노(SF4X) 공정 기반 온프레미스용 AI NPU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앞서 세미파이브는 엑시나(XCENA)의 CXL 기반 4나노 개발, 하이퍼엑셀(HyperAccel)의 거대언어모델 처리장치(LPU) 4나노 개발 등을 잇따라 수주했다. 단가 확대 배경에는 IP 내재화 전략이 있다.
세미파이브가 인수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아날로그 비츠(Analog Bits)는 TSMC N2P 공정 기반 통합 LDO(Low Drop-Out regulator), 핀리스 PVT(Process, Voltage, Temperature) 센서 등 12종 이상의 저전력 혼합 신호 IP를 보유하고 있다. 아날로그 비츠는 0.35미크론부터 2나노 공정까지 수십억 개 IP 코어를 양산한 실적을 갖췄다. 800㎡ 이상 빅다이(Big Die) 턴키와 자체 IP 결합이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금 조달 규모도 한 단계 점프…민관 합동 투자 본격화
수주 단가 상승과 함께 DSP 협력 생태계로의 자금 유입도 가팔라지고 있다. 리벨리온은 3월 31일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1호 기업으로 선정되며 6,400억원 규모 프리IPO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누적 투자금은 1.3조원, 기업가치는 3.4조원에 달한다.
정책 자금에서 국민성장펀드 2,500억원과 산업은행 500억원 등 3,000억원, 미래에셋그룹이 앵커 투자자로 참여한 민간 자본 3,000억원이 합쳐졌다. 2023년 대비 2025년 매출이 약 10배 성장했다는 점이 투자 결정의 근거가 됐다.
2나노 이후 AI 칩 경쟁이 파운드리·IP·패키징·인터커넥트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이를 통합 설계로 풀어낼 DSP의 매개 가치가 단가와 자금 조달 양면에서 동시에 반영되는 국면이다.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입장에서도 단순 외주 파트너가 아니라 설계 협업 파트너를 찾는 분위기"라며 "DSP 업계가 매출과 영업이익 양면에서 체질 개선과 체급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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