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 계약 질서 흔들린다…권익 강화 뒤에 숨은 리스크에 ‘분통’ [임유정의 오프 더 메뉴]
||2026.04.28
||2026.04.28
위약금 완화 논의 본격화…가맹 해지권 확대 쟁점 부상
“기준 따라 시장 달라진다”…제도 악용 가능성도 제기
폐점 늘고 창업 줄고…역성장 국면서 규제 부담 가중
“균형이 핵심”…과도한 개입, 시장 불확실성 키울 수도

가맹점주 보호를 명분으로 한 규제 강화가 오히려 시장의 질서를 흔들 위기에 처했다. 가맹 계약 해지 문턱을 낮추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추진되면서 점주 권익 향상에 기대가 쏠리고 있지만, 본사와 점주 간 균형이 무너지며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외식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출점을 넘어 폐업이 잇따르는 가운데 또 다시 ‘본사 때리기’ 규제가 추진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점주 책임이 줄어들 경우 ‘폐업 경보음’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가맹점주 권익 강화 대책’을 통해 계약 해지권 확대와 위약금 부담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감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과도한 폐업 위약금 문제 등으로 관련 분쟁이 늘고 있는 데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사례가 지속된 데 따른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가맹점 폐업·위약금 관련 분쟁조정 건수는 2022년 135건에서 2024년 208건으로 증가했다.
공정위 대책을 토대로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입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개정안에는 위약금 상한제 도입까지 포함됐다. 과도한 위약금 조항이 계약 종료를 사실상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최혁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가맹사업법에 ‘경영 악화에 따른 계약해지권’을 신설(제12조의8제1항 및 제2항)하고, 위약금 부과에 대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가맹계약 해지 시 원칙적으로 위약금 청구를 금지하되 점주의 고의·중대한 과실로 경영이 악화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부과를 허용하도록 했다. 이 경우에도 위약금은 직전 연도 매출의 5% 또는 대통령령 기준 중 낮은 수준으로 상한을 제한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점주 보호를 위한 조치다. 상권 붕괴나 매출 급감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점주가 과도한 위약금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외식업 종사자들은 폐점조차 쉽지 않은 구조 속에서 영업 부담이 누적돼 왔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문제는 기준이다. 위약금 면제 요건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계약 해지가 쉬워질 수도, 제한적으로 유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 감소나 상권 변화 등을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기준이 완화될 경우 제도 악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위약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계약을 유지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면제 조건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일부 점주가 의도적으로 매출을 낮추는 등 제도를 활용하려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이 쉽게 깨질 수 있는 구조가 되면 결국 본사도 출점에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면서 “가맹점의 계약 유지 가능성이 낮아지면 초기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이 커지고, 매장 운영 안정성도 담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규제·비용·경기 ‘삼중고’…프랜차이즈 확장 공식 흔들
이 때문에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매장 개설 과정에서 투입되는 인테리어, 교육, 물류 시스템 구축 비용은 상당 부분 본사가 선투자하는 구조다. 계약이 조기에 해지될 경우 이를 회수할 수단이 제한되면 사업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위약금은 본사의 손실을 보전하는 기능도 있지만, 계약을 함부로 해지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크다”며 “이 장치가 약해지면 점주와 본사 간 신뢰 기반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취지와 달리 점주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계약 안정성이 떨어질 경우 본사가 신규 출점을 줄이거나, 가맹 조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초기 창업 비용 증가나 진입 장벽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위약금 규제가 강화될수록 본사들이 리스크를 사전에 반영해 가맹 조건을 더 까다롭게 설정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점주 보호 정책이 오히려 신규 창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같은 변화가 이미 침체된 시장 위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더욱 키운다. 현재 외식업계는 출점을 넘어 폐점이 가속화될 만큼 산업 전반이 침체된 상황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하며 창업 시장에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현황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수는 지난해 8758개로 전년(9114개)보다 356개(-3.9%) 줄며 집계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지던 증가세도 지난해 꺾였다.
업계는 고금리와 임대료 상승, 원재료 가격 부담, 치열한 경쟁 등이 겹치면서 창업 리스크가 커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창업 수요가 위축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외식 창업의 수익 구조가 악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외식 소비까지 줄어들면서, 소비 경기 영향을 직접 받는 외식업의 창업 매력도 역시 떨어졌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성장 공식에도 균열을 내고 있다. 가맹점 확대를 통해 로열티와 원·부자재 공급 수익을 얻는 구조인 만큼 가맹 확대가 곧 성장과 직결되는데 경쟁 과열과 규제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정적인 가맹 확대가 쉽지 않아진 탓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업계의 부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가맹점주 단체에 본사와의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으로, 업계는 갈등 확대와 단체 난립으로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들은 이번 논의의 핵심을 ‘균형’으로 짚는다. 점주 보호라는 정책적 목표와 계약 질서 유지라는 시장 원리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이다.
보호의 명분 아래 계약의 무게가 가벼워질 경우 그 부담은 결국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개입의 범위와 수준을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점주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계약의 무게를 지나치게 낮추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시장 전체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질 수 있다”며 “규제가 의도치 않게 갈등을 키우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결국 피해는 다시 점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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