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기술 과시한 베이징 모터쇼 EV·자율주행 주도권 中으로 재편 고품질·저가 공세에 日도 뒤처져 북미 본격 진출땐 시장 뒤흔들수도 BYD 관계자가 24일 베이징 모터쇼(오토차이나 2026)에서 오프로드 브랜드 ‘팡청바오’의 신규 세단 라인업인 ‘팡청S’를 소개하고 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인 차이나, 포 차이나(In China, For China)”.
24일 개막한 ‘베이징 모터쇼(오토차이나) 2026’ 캐치프레이즈처럼 기술력을 앞서운 중국의 전기차가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북미를 향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전기차는 관세와 ‘대중(對中) 규제’에 막혀 내수에 머물렀다. 그러나 스스로 기술력을 키운 중국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기술에 유럽과 한국 완성차가 손을 내밀었고 먼저 기술을 갖추고도 시장을 키우지 못한 일본은 뒤처지는 모양새다. 중국 전기차는 캐나다를 거쳐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포부여서 한국 배터리 업계는 물론 중장기로는 완성차 업계도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현지 시간) 중국 전기차(EV) 제조 업체들이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을 기회로 삼아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호르무즈해협이 폐쇄된 상황 속 유럽 시장에서 배터리 구동 자동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자동차 제조 업체의 연평균 수출 규모를 올해부터 3년간 120만 대로 예상하며 기존 전망치를 17% 상향 조정했다. 맥킨지앤컴퍼니는 중국 전기차 업체 최대 5곳이 2030년까지 세계 10대 자동차 제조 업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2815A08 베이징 모터쇼에서 이 같은 전망은 현실화되고 있다. 한때 세계를 장악했던 독일차들이 중국의 기술력을 잇따라 수용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공동 개발한 중국 특화 전자 아키텍처 ‘CEA’를 적용한 ‘ID.AURA T6’ 등 신차 4종을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와 협업한 신형 S클래스, BMW는 모멘타·화웨이와 손잡은 중국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를 선보였다.
유럽 완성차가 중국에서 기술을 ‘가르치던’ 위치에서 ‘전수받는’ 위치로 뒤바뀐 셈이다. 물론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전략이지만 ‘9분 충전 배터리’를 내세운 비야디(BYD) 등 기술력 자체만 봐도 글로벌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올해 전시회를 취재한 유럽과 일본 외신들은 전했다.
유럽연합(EU)이 관세 장벽으로 중국산 전기차(EV) 공세를 막으려 하지만 중국은 프랑스 등에 대규모 현지 공장을 짓는 ‘당근’으로 EU 단일대오를 내부에서 허물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1997년 도요타 프리우스로 하이브리드 시대를 연 ‘압도적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됐다”면서 “순수전기차와 자율주행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KPMG 관계자의 말을 토대로 “최후 보루인 미국 시장마저 남은 시간은 3~5년”이라며 “중국 EV의 북미 상륙을 코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로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전기차 굴기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다. 미국은 고관세 장벽으로 막고 있지만 중국은 캐나다를 우회로 삼아 돌파하겠다는 목표다. 올 초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연간 최대 4만 9000대의 중국산 전기차에 한해 징벌적 관세를 6.1%로 대폭 낮췄다. 캐나다의 자동차 안전·규제 기준이 미국과 거의 같아 캐나다에 안착하면 미국 진출의 기술적·제도적 허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
중국의 북미 진출은 현재 미국에서 역대급 호실적을 내는 한국을 흔들 수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BYD는 차량 수출을 넘어 현지에 ‘자사 배터리 인프라’를 직접 까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동안 북미를 장악해온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를 정면으로 위협한다. 가성비와 기술력을 모두 갖춘 중국 기업들이 북미에 본격 상륙하면 한국의 완성차·배터리 연합은 가격·기술 경쟁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