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가왕전’ 세 번째 막이 올랐다
||2026.04.26
||2026.04.26

MBN ‘2026 한일가왕전’, 즉 ‘한일가왕전’의 3탄이 시작됐다. 2024년에 시작된 ‘한일가왕전’은 시청률 11.9%까지 기록하며 방송가의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2025년에 방영된 2탄은 최종회 시청률 2.8%로 하락했었는데, 이번 3탄은 1회 시청률 5.6%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올라 상승세로 반전된 분위기다.
1탄 때는 처음 보는 포맷인 국가 대항전이고 특히 그동안 방송에서 접할 수 없었던 일본 노래가 등장해 큰 관심을 받았다가, 2탄 때는 그런 포맷을 이미 봤기 때문에 시청률이 하락했다. 하지만 워낙 뛰어난 가창력과 명곡의 향연이 펼쳐지니까 이제는 포맷의 신선함 여부와 상관없이 작품 자체의 완성도만으로 안정적인 인기를 유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일본 노래는 절대 금기였다. 과거에 알음알음으로 일본 노래들을 많이 들었었지만, 방송에선 접할 수가 없었고, 2000년대 이후엔 일본 노래 자체를 거의 안 찾는 시대가 됐으니 더욱 방송에서 일본 노래를 접할 일이 없었다.
그런 속에서 2024년에 ‘한일가왕전’이 일본 가수와 일본 노래를 대거 방송한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국 방송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일본어로 노래하며 서로 어울리는 모습이 해방 이후 최초로 나타났다.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과거 같았으면 ‘왜색 방송’ 등등의 비판이 쏟아졌을 텐데 ‘한일가왕전’ 1탄에 대해선 그런 부정적 반응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이제는 일본 노래를 흔쾌히 받아들일 정도의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자신감 때문이다. 과거 우리 국력이 일본에 현저히 못 미쳤을 때는 언제든 일본에게 다시 침략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일본문화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였다가는 우리 문화시장이 일본문화에 점령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과거엔 식민지 시절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에 일본문화를 더 경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젠 식민지 역사의 열패감보다 선진국이 된 우리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진 그런 시대다. 그러자 일본 노래도 흔쾌히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는 일본 문화가 한국을 점령할 거라고 걱정하지 않는데, 거꾸로 일본인들이 한국 문화의 거침없는 확산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렇다 보니 해방된 대한민국의 방송에서 일본 노래가 울려 퍼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문화는 흐르는 게 정상이다. 억지로 가로막는 것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웃 나라인 한국과 일본 사이엔 문화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다.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이 당연한 문화의 흐름이 이례적으로 잠시 멈췄던 것이다. 한일 문화교류의 활성화는 정상적인 관계의 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우리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 케이팝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케이팝에는 아이돌 중심 음악 일변도라는 한계가 있다. 우리 문화를 더 풍성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선 문화의 폭을 더 넓게 다변화해야 한다.
그래서 외국 음악을 접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일단 팝송부터 많이 들을 필요가 있는데, 일본은 서구 문화를 우리보다 더 먼저 받아들여 나름의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나라의 음악을 접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가왕전’ 시리즈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프로그램이 트로트 경연프로그램에서 파생된 것이어서 젊은 시청자들이 트로트 프로그램으로 오인하고 시청을 덜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프로그램을 보면 트로트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제이팝’이 등장한다. 그렇다 보니 정작 트로트를 기대하고 채널을 고정한 트로트 경연프로그램 고정 시청층은 실망하고 일부 이탈한 것 같다. 이러니 젊은 신규 시청층은 유입되지 않는데 기존의 트로트 시청층은 이탈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2탄 때 시청률이 많이 하락한 것엔 이런 배경도 작용했을 텐데, 그래도 제작진이 트로트 일변도로 가지 않고 3탄에도 여전히 다양한 장르를 폭넓게 시도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한일 양국에서 최고의 가창력을 장착한 이들이 펼쳐 보이는 명곡의 향연에 결국 시청자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3탄의 시청률이 반등했을 것이다.
1탄과 2탄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이번엔 지난번보다 더욱 강력한 실력자들이 일본 대표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 대표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한일 문화교류가 더 활발해지고 한국 가요계가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3탄이 유종의 미를 거두고 뒤이어 나올 파생 예능까지 인기를 끌면서, ‘한일가왕전’이 단발성이 아닌 안정된 시리즈로 장기간 이어지면 좋겠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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