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신에 바친 ‘전투위훈기념’ 신전(神殿)
||2026.04.26
||2026.04.26

4월 27일 김정은에 또 하나의 신화(神話)가 덧칠해진다. 이름하여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이다.
그의 지시에 따르면 지금쯤 기념관 양쪽에 조성된 묘역에 전사자들 유해 안치가 한참 진행 중일 것이고 쿠르스크 해방 1돌이라는 27일 장엄하고 성대한 의식이 거행될 것이다.
할아버지 김일성도, 아버지 김정일도 하지 못했던 대업을 김정은은 차례로 이루고 있다. 대륙간탄도탄을 포함한 핵 무력을 완성하고, 정찰위성을 우주 궤도에 쏘아 올렸다. 바다에는 이지스함 ‘다목적공격구축함’을 진수했고, 수중에는 ‘핵동력 전략유도탄잠수함’을 건조 중이다.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과 세 번이나 만나 1대 1로 자웅을 겨루었을 뿐만 아니라, 미 대통령을 만나고자 안절부절못했던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자신을 만나지 못해 미 대통령이 안달하는 모습을 전 세계가 보게 만들었다.
그게 다가 아니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천안문 광장 문루에 넘버 2, 3인 중국·러시아 지도자와 나란히 섰고 걷고 앉아, 마치 넘버 4인 양의 위상을 과시했다.
화룡점정(畵龍點睛) 격으로 김정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쟁 승리를 거두었다. 6.25 전쟁에서 이겼다고 아무리 우겨도, 도발했다가 패퇴해 쫓기다가 중국 지원으로 간신히 원점으로 돌아간 사실, 역사의 뒤집기는 낯간지럽다.
우크라이나가 누구인가. 핵무장 강국 시절이 아무리 옛날이었다 하더라도, 유럽의 백인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선진국들의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국과 우열을 다투는 강력한 러시아조차 수년이나 쩔쩔매게 만든 군사 강국 아닌가.
더구나 영토를 침략당한 상황에서 전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회심의 일격으로 러시아 본토를 침공하고 그 사수를 위해 전력을 다한, 정전·종전협상에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결사 항쟁했던 우크라이나 아니든가.
북한군이 그곳을 수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정은의 자화자찬이 아니다. 푸틴이, 러시아 군 수뇌부가, 외교부가 거듭 인정하고 칭찬하고 감사해 마지않는 전공을 세웠다.
김정은 자신이 파병을 결단하고 (북한 선전에 의하면) 작전을 지시하고 독려해 획득한, 북한 최초의 전쟁 승리다. 그것도 이국땅, 산 다르고 물 낯선 해외 전장에서.
병사들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는 비판, 특히 남쪽에서의 비난에 대해서는 이렇게 응수할 것이다. 너희들도 베트남전에 병사들을 보내지 않았느냐, 더구나 베트남전 파병은 미 제국주의자들의 영토 팽창 야욕에 가담한 침략전이었다.
나의 파병은 북·러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4조: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 제공)에 의거해, 침략당한 러시아의 영토를 회복하기 위한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전투위훈기념관은 북한 최초의, 김정은이 이룬 전승기념관이자 김정은 수호 신전이다. ‘절대복종’·‘절대충성’의 명령에 따라, 조국이 아니라 조국을 이끄는 수뇌인 김정은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이제 죽어서도 자신들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을 북한 주민에게 요구하는 김정은 수호천사가 되어, 김정은을 우러르게 만드는, 신(神)인 김정은에 바치는 전당이다.
4월 3일 조선중앙TV과 4월 4일 평양타임즈가 보여준 김정은의 최종 점검에서 기념관 좌우에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실내에는 전사자 이름을 새긴 벽, 납골당도 보인다.
파병 전사자가 얼마인지 북한은 밝힌 적이 없다. 천 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는데, 야외 묘역 개수로 보면 턱없이 모자라지만 상당한 것은 분명하다.
기념관 준공을 통해 묘역과 납골당이 공개되면, 북한 주민들도 “아 생각보다 많구나”를 분명히 느끼게 될 것이다.
파병군의 전사·전상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조국을 위해 자원입대하겠다는 북한 청년들의 호소와 탄원이 전국적으로 번지게 만들고, 유가족들을 도우려는 성금이 전국에서 답지하게 해, 유가족들의 입을 틀어막고 주민 불만을 잠재웠었다.

기념관 준공을 앞두고 다시 지금 북한에는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앞다투어 입대 호소로 열기를 뿜고 있다. “학생들의 마음속에 조국보위에 바쳐진 청춘시절이 가장 값높고 보람찬 시절”로 각인돼, “영예로운 참군대오에 합세”하여 “조국수호의 앞장에 설것을 궐기해나섰다” 한다.
어머니들도 나서 학생들과 함께 “혁명의 군복을 입을것을 결의”하고 배치를 “최전연국경초소들로 련이어 탄원”하도록 “예술공연활동과 애국주의교양”을 벌이도록 했다.
전사자 유가족을 김정은이 참석하는 행사에만도 여러 차례, 어떤 가족은 8번이나 초대해 위로했다. ‘새별거리’에 살림집들을 새로 만들어 유가족들이 살게 하는 은혜도 베풀었다. 기념관도 건립 결정과 설계에서부터 “건축마감공사실태와 전투위훈내용배렬과 전시, 조각, 상징기념물설치정형을 료해”하고, 야외 조경도 리설주·김주애와 함께 직접 꼼꼼히 챙기며,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기념관 준공으로 불만이 아니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는 분위기가 주민 사이에 일 것으로 김정은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을 위해 만든, 자신에 바친 신전이지만, 그 목적만으로 이용할 김정은이 아니다. 북한 주민에게는 “위대한 영웅정신을 칭송하는 시대의 기념비, 애국주의교양의 전당”이자 “승리전통교양의 중요한 사상정신적거점”이 될 것이다.
북·러 관계에서는 혈맹의 상징임과 동시에 푸틴, 러시아에 청구할 차용증서다. 조약에 따라 러시아의 영토 회복를 위해 우리가 이렇게 피를 흘렸으니, 언젠가 러시아도 그렇게 해주어야 한다는 압박이다.
중국에는 북·러 관계 과시 겸 뻗대기다.
중국이 6.25 전쟁에 참전해 미국에 승리했다고 만든 대표적 기념물이 단둥(丹東)에 있는 ‘항미원조기념관’이다. 여기에 전시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진을 포함한 수많은 전시물 가운데 보이는 김일성은, 필자가 본 바, 단지 두세 장 사진이 전부다. 김일성, 북한을 아예 무시·배제하고, 오로지 중국이 싸워 미국을 이겼다는 선전관이다.
김정은, 전투위훈기념관으로 아마 말하고 싶을 것이다. 중국, 너희가 정말로 전쟁에서 승리했느냐, 나는 사실상 모든 서방국들이 지원하고 간접으로 참전한 전장에서 싸워 이겼다.
다른 한편으로 기념관은 북한군의 용맹성과 북한 무기의 우수성을 판매하기 위한 선전·홍보관이다.
지난 3월 말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파병군 부대인 특수작전군의 훈련을 직접 찾았다. 곡괭이·해머·삽으로 내려치고 찔러도 끄떡없는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자 “일당백무쇠주먹, 무적의 싸움군들로 억세게 준비해가는” 모습을, “백발백중의 사격술과 군사기술적, 육체적능력을 경쟁적으로 남김없이 시위”하도록 했다.
탄도탄이 육지에서, 바다와 바닷속에서 솟아오르고, ‘무인공격기’가 떼를 지어 날아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고, 대구경 방사포와 탱크가 불을 뿜고 구르고, 신형 권총과 저격용 소총은 물론이고 한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집속탄 ‘산포전투부와 파편지뢰전투부’의 ‘고정밀타격능력’, ‘고밀도진압타격능력’의 전투적 위력도 시연했다.
중동 전쟁에서 한국의 천궁이 위력을 보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유럽을 포함한 각국이 우리의 자주포, 탱크, 탄도탄 등에 지갑을 여는 상황을 보며, 김정은의 무기 판매쇼는 승리·위훈의 기념관 준공으로 더욱 가열차게 진행될 것이다.
김정은은 전투위훈기념관을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조직지도부 통제를 받는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으로 소속시켰다. 승리의 영광에 군(국방부)보다 당(중앙위)이 더 돋보이게, 당의 뇌수인 자신의 성과임을 분명히 하려는 조치다.
전사자 유가족들에게 당 중앙위원회가 직접 발급한 ‘살림집리용허가증’으로 새별거리 주택을 배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보통 허가증은 해당 지역 기관 명의로 한다.
김정은이 온갖 ‘폼’을 다 잡아도, ‘조선(DPR Korea)’과 함께 북한이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해 화려하게 제작해 매월 초에 발간하는 대표적 월간 잡지, 북한 체제와 주민 일상생활을 홍보하는 ‘금수강산(Kumsugangsan)’ 4월호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11월호를, 2024년에는 4월호와 10월호를 건너뛰었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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