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 몰려오는데...韓 제도화 ‘난항’
||2026.04.24
||2026.04.24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아 시장 진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지연되면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국회와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주도하는 주요 기업 경영진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았다.
제레미 알레어 서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스테이블코인 시장 중 하나"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정비되면 국내 사업자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 1위인 테더의 실무진 역시 이달 한국을 방문해 KB금융지주, 코인원 등과 만나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 통과 이후를 대비한 유통망 선점 방안을 논의했다.
수이의 아데니이 아비오둔 미스틴랩스 최고제품책임자(CPO)도 최근 방한해 한국을 아시아 최우선 시장으로 지목했다.
그는 금융기관 및 빅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협업 내용은 한국 내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진 이후 공개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의 디지털자산 시장 규모와 기술 수용성을 높게 평가하며 적극적으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외국 발행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의 진입 허용, 기업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 등 법적 경로가 마련돼야만 정식으로 규제를 받으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금융기관 간의 국경간 결제 및 인프라 구축 협의가 다수 진행되고 있음에도,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질적인 서비스 상용화 단계로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외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와 달리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최보윤 의원안을 비롯해 민병덕, 이강일, 김재섭, 박상혁 의원안 등 총 5건의 디지털자산 기본법안이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들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개념 정립, 유형별 사업자에 대한 인가 및 등록제 도입, 시장 건전성을 위한 공시 및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 산업 육성에 필요한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인가제, 환불준비금 유지, 상환 책임 등 가치연계형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율 체계 확립이 쟁점으로 꼽힌다.
당초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올 1분기 또는 상반기 중 2단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재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지연돼 온 2단계 입법이 마침내 상임위 심사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됐으나 15일 예정됐던 소위가 여야 일정 조율 실패로 끝내 무산되면서 입법 논의는 다시 멈춰 섰다.
여기에 중동 상황 대응 등 굵직한 거시 경제 및 외교 현안이 맞물리면서 2단계 입법을 위한 당정 협의도 지연된 상태다. 국회 안팎에서는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와 하반기 원 구성 등 정치적 변수까지 더해져 올해 상반기 내 법안 처리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안 시행까지 필요한 하위 규정 마련과 유예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제도가 시장에 안착하는 시기는 당초 정부가 목표했던 2026년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이 기관 투자자 진입과 인공지능 기반 결제 생태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규제 공백이 자칫 국내 산업의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에 은행 주도형 스테이블코인 체계에 대비해 선제적인 작업을 진행 중인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사들도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재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금융권 모두가 투자를 보류하고 제도가 확립되기만을 기다리는 대기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인프라 양성화와 산업 육성을 위해 조속히 정무위 논의를 재개하고 명확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규제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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