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저가 공세… 현대차·기아, 소형 EV로 맞불
||2026.04.24
||2026.04.24
중국산 전기차가 저가 공세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미국 시장 진입이 사실상 막히자 중국 업체들은 수출 전선을 전방위로 넓혔다. 이에 맞서 현대차·기아는 소형 전기차로 정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점유율 확대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수익성 부담은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 이후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 전략은 한층 뚜렷해졌다. 미국 대신 러시아·멕시코·중동·남유럽 등으로 수출 전선을 넓히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확장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차·기아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중국의 저가형 전략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시장에 수출된 중국산 자동차는 832만대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는 343만대로 70% 늘었다. 평균 수출 가격은 1만6000달러(약 2370만원) 수준이고, 전기차는 3만달러(약 4445만원) 전후 가격대에 집중돼 있다.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앞세운 구조라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에 맞서 현대차·기아도 대응에 나섰다. 프리미엄 중심이던 전기차 전략을 엔트리급으로 확장한 것이다. 기아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소형 전기차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 브뤼셀 엑스포에서 공개한 EV2를 앞세워 전기차 대중화와 점유율 확보를 동시에 노린다는 계획이다.
더 낮은 가격대 모델도 준비 중이다. 기아는 ‘2026 인베스터 데이’에서 소형(B세그먼트) 전기차를 2027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EV2보다 한 체급 작은 EV1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2만유로(약 3470만원) 후반대 가격이 거론된다. 도심형 수요를 겨냥한 전형적인 엔트리 모델이다.
현대차도 지난 2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차세대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 3(IONIQ 3)’를 공개하며 소형 전기차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 모델은 아이오닉 브랜드 첫 소형 전기차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탑재했다. 현대차는 이 모델이 유럽 전기차 라인업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형 전기차 확대가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원가 구조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전기차는 가격 방어 여력이 있지만, 소형은 배터리 원가와 패키징 제약이 동시에 작용한다”며 “점유율을 늘릴 수는 있어도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소형 전기차가 구조적으로 낮은 마진 구간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기아는 기술 공용화로 대응할 전망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주행 보조 기능 등을 공유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생산 전략도 조정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EV1의 경우 당초 해외 생산이 거론됐지만, 현재는 서산 동희오토 공장 생산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닝과 레이 등을 생산해 온 저비용 거점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소형 전기차의 수익성 리스크를 극복할 경우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대응하는 동시에 라인업 확장을 통한 브랜드 신뢰도 제고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엔트리부터 중대형까지 이어지는 라인업이 구축되면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고 브랜드 경쟁력도 함께 강화될 수 있다”며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할 경우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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