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의 반격… 삼성전기, ‘FC-BGA’ 글로벌 판 흔들까
||2026.04.24
||2026.04.24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핵심 기판인 FC-BGA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판 흔들기’에 나섰다. 일본·대만 업체들이 장악해온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삼성전기가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과 대규모 증설을 발판으로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는 반도체와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핵심 패키지 기판이다. AI 가속기와 서버용 CPU·GPU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으로 칩 성능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판의 층수와 미세회로 정밀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FC-BGA는 단순 부품을 넘어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은 연평균 8~10%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0년대 후반에는 수십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서버용 고사양 제품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현재 FC-BGA 시장은 일본의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의 유니마이크론 등이 글로벌 상위권을 형성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오랜 업력과 안정적인 고객사를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AI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신규 플레이어에게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AI 가속기용 FC-BGA는 고다층·초미세 회로 구현이 필수인데, 기존 반도체 기판 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가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복수 공급사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과 품질을 확보한 국내 기업에는 진입 기회가 열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기는 공격적인 증설과 고객사 확보를 병행하며 기회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2분기 베트남 FC-BGA 공장에 약 1조8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증설 라인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기존 생산라인에 대한 보완 투자도 병행하며 중장기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사양 AI용 제품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사 측면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용 FC-BGA 공급사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기점으로 공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초기에는 제한적인 물량이지만 공급 실적을 기반으로 향후 물량 확대와 장기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테슬라의 자율주행용 AI 칩 ‘AI6’에도 제품이 채택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FC-BGA 사업 확장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FC-BGA의) 생산능력이 최대치로 돌아가고 있어 고객의 요구 수준이 현재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더 많은 상황”이라며 “FC-BGA 기술력은 업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일본·대만 선두 업체들이 여전히 기술력과 고객 기반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AI 투자 사이클에 따라 수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고객사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FC-BGA 시장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삼성전기가 안정적인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느냐가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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