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공식 바뀐 삼성·하이닉스… 다음 승부는 ‘포스트 AI’
||2026.04.23
||2026.04.2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수익 공식도 바뀌었다. 범용 D램 가격 사이클에 좌우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HBM이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자리잡았다.
메모리 산업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PC와 스마트폰 수요에 따라 D램 가격이 오르면 실적이 개선되고, 하락하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AI 서버 확산으로 판이 달라졌다. 연산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부품인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순 물량이 아닌 제품 믹스와 공급 안정성이 실적을 좌우하는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HBM은 GPU와 결합되는 고성능 메모리로, 높은 기술 장벽과 제한된 공급 구조를 갖는다. 이로 인해 일반 D램 대비 수익성이 월등히 높고, 고객 맞춤형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존 메모리와는 다른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AI 메모리 호황’이 사실상 HBM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양사의 전략은 엇갈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했다. 주요 AI 반도체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GPU·패키징·제품 인증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선점했고, 이를 통해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강화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을 포함하되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HBM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며 추격에 나선 모습이다.
실적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호황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고, SK하이닉스 역시 HBM 판매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SK하이닉스의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HBM 공급 경험과 고객 기반에서 앞서 있는 만큼, 당분간 AI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특히 HBM은 고객 맞춤형 설계와 첨단 패키징 기술이 결합된 구조로, 한 번 공급망에 진입하면 쉽게 교체되기 어려운 ‘락인 효과’가 작용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HBM뿐 아니라 D램, 낸드,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체계를 구축할 경우, AI 인프라 전반을 공급하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특정 제품 중심 전략보다 전체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확장 전략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사 모두 호황 국면에 있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HBM 수요가 특정 빅테크 기업의 투자 사이클에 좌우된다는 점, 공급 확대 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변수 역시 메모리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구조적으로 낮아졌다”며 “결과적으로 이익 변동성을 낮추고 장기적인 이익 가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해 D램 산업이 인프라 기반의 솔루션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외 변수에도 시장 변동성이 축소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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