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색채로 빚은 생명의 풍경… 갤러리 두, 김상경 개인전 ‘푸른 숲의 시간’ 개최

조선비즈|김승현 기자|2026.04.23

푸른숲과 소년, 194x130.3cm(2pieces), 캔버스에 아크릴, 2025-2026
푸른숲과 소년, 194x130.3cm(2pieces), 캔버스에 아크릴, 2025-2026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두(대표 정두경)는 2026년 4월 28일부터 5월 16일까지 김상경(57) 작가의 개인전 ‘푸른 숲의 시간’를 개최한다.

김상경 작가는 방문한 여행지의 자연을 화폭에 담는다. 화면 속 대상은 제주의 하귤 나무와 천남성 열매, 하와이의 은검초, 브레드트리, 오히아레후아처럼 지역을 상징하는 구체적인 식물들이다.

작가는 2010년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을 마친 후 치유와 휴식을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거문 오름에서 천남성, 고사리, 갈대, 억새 등 식물의 유선형 잎들과 다채로운 색감을 마주했으며, 강한 바람에 흔들리는 움직임, 시야에 가득 찬 하늘과 구름 등은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세 개의 분화구(굼부리)와 여섯 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표선면 가시리의 따라비 오름 흙은 붉었다. 푸른 하늘과 대비된 대지의 색이 강한 파동으로 다가왔다. 작품으로 전이된 풍경 속 길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나뉘는 붉은 흙 색은 화면을 역동적으로 연출한다.

제주도를 포함, 작가가 이후 찾은 하와이, 뉴질랜드 등은 화산지형이다. 붉은 화산재 땅은 생명을 키워내며 점점 풍요로워진다. 작품의 화자(話者)로 소년과 소녀, 까마귀와 푸른 새, 반려견이 등장한다. 강아지가 등장하는 최초의 모티브 풍경은 이탈리아 중부 지역이다. 작가는 여행을 하며 풍경을 찾은 게 아니라 풍경을 찾는 목적으로 여행한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까마귀는 마치 인간의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古代)에 동굴로 날아들어 박제된 생명체가 되살아난 듯하다. 고구려의 ‘삼족오’, ‘견우와 직녀’ 설화에도 등장하는 까마귀는 선한 영물의 상징이며 길조이다.

작품들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몽환적이면서 뚜렷한 색감의 난색과 한색의 강한 대비이다. 선명한 색은 시간과 공간이 뒤틀린 듯한, 혹은 모든 시공간이 응축된 세계를 연상케 한다. 강한 색 대비는 화면에 깊이와 확장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처음 방문하는 곳의 풍경 인상과 느낌은 크게 다가오기에 사진으로 기록 후 작업실에서 스케치한다. 대형 작업들도 4(33×21cm) ~15(65×50cm)호 정도로 작게 제작하여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잡아내고 화폭에 원래의 느낌을 충분히 드러나게 보완한다.

김상경 풍경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투영한다. 살아 숨쉬는 경계에서 죽음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슬픈 두려움’ 조차도 감싸는 힘이 있다. 작가의 정신이 밴 풍경화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관람객은 김상경이 화폭 속으로 걸어 들어가 길을 낸 산자락으로 멀리 여행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김상경 풍경은 캔버스 프레임 안에 있으나 지향점은 광대하다. 색은 살아 움직이듯 솟구치듯 흘러 넘친다.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신화 데이비드 호크니가 자신의 고향 영국 요크셔 지방을 찾아 빛의 물결을 그렸다면, 김상경은 세상만물의 모태(母胎)인 대지의 기운을 그렸다.

‘소녀와 레후아’, ‘푸른 숲과 소년’ 시리즈는 자연과 동물, 인간이 하나의 공동체로 어우러지며 제주의 곶자왈, 거문오름, 하와이의 오히라레후아를 배경으로 한다.

종교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1878~1965)는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고 했다. ‘모든 여행과 만남에는 우연이 없으며, 그 안에는 반드시 우리가 완수해야 할 영적인 과제가 숨어 있다’는 가르침이다.

김상경에게 여행은 그 자체로 조형을 연구하고 색을 얻어내며 작업의 연속을 위한 맥을 찾는 작업이다. 제주도와 하와이는 김상경에게 단순한 지리적 공간과 작품의 소재가 아니라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실존적 사건’이다.

전시는 대부분 신작 중심으로 2026년 4월 28일부터 5월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두에서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김상경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판화전공)를 졸업했다. 이번 ‘푸른 숲의 시간’ 전시를 포함해 총 26회의 개인전 이력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2017, 2021, 2024), 천안지원, 제주지방검찰청, 의사협회본부, 제주농협본부, 푸른솔 GC포천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 전시정보

기간: 2026. 04. 28(화) ~ 2026. 05. 16(토)

장소: Gallery DOO 갤러리 두

    본 서비스는 패스트뷰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