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김홍국, 홈플 익스프레스 인수 베팅… ‘승자의 저주’ 우려 불식시킬까
||2026.04.23
||2026.04.23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전에서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거래가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망 확장을 통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승부수로 해석되지만, 인수 자금 부담과 3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 확보, 시너지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NS홈쇼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건은 자금 동원력
22일 홈플러스는 전날 마감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공개입찰 결과,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수가격은 정밀 실사와 세부 조건 협상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5월 4일까지로 연장한 만큼, 매각 주관사와 인수자 측은 협상을 서둘러 본계약 체결에 나설 계획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가격은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기대했던 3000억원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1500억원 안팎까지 거론된다. 당초 1조원을 웃도는 몸값이 거론됐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진 셈이다.
인수 추진의 최대 관건은 자금 동원력이다. 인수 주체인 NS홈쇼핑은 부채비율 약 60%, 유동비율 160% 수준으로 재무구조는 안정적인 편이다. 2025년 매출은 6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21억원으로 약 11억원 줄어 수익성은 소폭 둔화됐다.
다만 현금 동원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유동성은 약 1370억원 수준이지만, 일부는 담보·약정에 묶여 있어 실제 가용 현금은 1200억원대에 그친다. 시장 일각에서는 조건에 따라 최대 3000억원 수준의 인수가까지 거론되는 만큼, 자체 자금만으로는 부족해 추가 차입이나 하림지주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현금성 자산이 1조4593억원으로 실적도 안정적인 편이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부담 요인도 있다. 주력인 육계 사업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육가공 부문은 적자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2025년 영업손실은 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유통망 확보를 통해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판매를 늘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성과를 단기간에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 이후 비용 부담 더 커… 고용승계·부채 리스크 상존
인수 이후 비용 부담은 더 큰 변수로 꼽힌다. 점포별 수익성 편차, 임차료와 물류비, 매장 리뉴얼과 간판 교체 비용, 구조조정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인수금액을 웃도는 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 특히 고용 승계와 노조 문제는 협상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변수로 지목된다.
홈플러스 본체의 재무 상황도 부담이다. 홈플러스는 2025년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고, 이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홈플러스는 2024년 영업손실 3141억원, 순손실 6758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약 1조8000억원 초과하는 등 사실상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부채비율은 500%에 달한다. 익스프레스 사업부만 분리 인수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점포 임차 계약이나 인력, 물류 등 일부 비용과 조건이 본체와 얽혀 있는 만큼 완전히 독립된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 인수 이후 추가 비용이나 예상치 못한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부담은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발을 뺀 배경으로도 꼽힌다. 당초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BGF리테일, 알리익스프레스, 컬리, 유진그룹은 모두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메가커피(MGC글로벌)도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본입찰에서 빠졌다.
업계에서는 유통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점포 수 확대가 경쟁력으로 통했지만, 온라인과 퀵커머스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효용이 크게 떨어졌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점포망은 확장할수록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라는 것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SSM 시장 3위권 사업자로 전국 단위 점포망을 갖추고 있다. 인수자가 단숨에 시장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반이지만, 실적 부진과 비용 부담이 누적되며 매물로 나왔다. 대형마트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은 애매하고, 온라인 장보기 확산으로 근거리 수요까지 잠식당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온라인 강세 속 시너지 효과 이견… HMM 때처럼 중도 이탈 가능성도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 채널 운영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하림은 과거 NS홈쇼핑이 SSM 사업인 NS마트를 운영하다 이마트에 매각한 전례도 있다. 점포 운영과 상품기획(MD), 물류, 재고 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유통업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HMM 인수전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시 하림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약 7주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경영권 행사 범위와 영구채 처리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했다.
하림은 NS홈쇼핑과의 연계를 통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온·오프라인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인수 참여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22일, 하림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2.89% 하락한 1만3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림은 3325원으로 전일 대비 1.06% 오르는 데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오프라인 채널 간 결합만으로도 시너지가 났지만, 지금은 온라인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이라 단순 결합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마트를 예로 들면 지마켓 인수를 통해 SSG닷컴과의 시너지를 노렸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가 있다”며 “점포 운영과 리뉴얼 비용, 고용 승계까지 고려하면 부담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림은 유통 전문 기업이 아닌 만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 점포 수를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협상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다만 고용 승계 부담과 점포 구성 등을 감안하면 리스크가 상당하다. 부담이 예상보다 커진다고 판단할 경우 중도 이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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