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 ‘연료 관측망’ 구축

조선비즈|이윤정 기자|2026.04.22

유럽연합(EU)이 22일(현지시간) 항공유 부족 등 중동 전쟁발 에너지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EU 가속(Accelerate EU)’으로 명명된 이번 대책엔 에너지 가격을 억제하고, 잠재적 연료 부족에 공동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장·단기 방안이 담겼다.

벨기에 샤를로이 공항에 서 있는 비행기와 근처 석유 저장 시설./EPA 연합뉴스
벨기에 샤를로이 공항에 서 있는 비행기와 근처 석유 저장 시설./EPA 연합뉴스

먼저 EU는 역내 연료의 생산과 수입, 수출, 재고를 추적하기 위한 ‘연료 관측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여름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항공유 등 주요 연료의 수급 상황을 집중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의 항공유 재고가 6주치에 불과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만큼, EU는 회원국 정부와 에너지 공급업체, 공항, 항공사들과 대체 항공유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역내에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 EU 교통 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산 항공유 수입 확대와 회원국의 최소 비축 의무 도입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스값 급등 방안도 나왔다. 여름철 회원국들의 가스 비축을 EU 차원에서 조율하고, 필요시 비축유 방출에 공동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회원국별 가스 비축 목표는 기존 90%에서 80%로 낮추고, 상황에 따라 75%까지 추가 하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회원국의 취약 산업 지원을 위한 한시적 국가 보조금 제도도 도입한다. 아울러 에너지 소비 절감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열펌프와 태양광 설치 장려 정책 등 모범 사례를 공유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여름까지 ‘전기화 강화 전략’을 공개하고, 전력에 대한 세금을 석유와 가스보다 낮추는 입법 제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은 자국 기반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에너지 독립과 안보를 강화하고, 지정학적 위기에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EU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이는 대신 미국 등 다른 국가로 공급원을 전환했지만,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아시아와 제한된 공급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까지 중동 전쟁으로 EU가 추가 부담한 화석 연료 비용은 약 240억유로(약 41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단 요르겐센은 브뤼셀 기자회견에서 “이번 위기는 1973년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합친 수준이 될 수 있다”며 “에너지 시장 전망은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몇 달, 상황에 따라 몇 년간 어려운 시기가 이어질 수 있다”며 “설령 당장 평화가 와도 카타르의 경우 파괴된 가스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서비스는 패스트뷰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