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중심’ 재확인한 신임 한은 총재… 혁신보단 안정성
||2026.04.21
||2026.04.21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디지털통화 정책의 중심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두겠다는 방향성이 드러냈다. 스테이블코인과의 공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지급결제의 안정성과 통화 질서를 중앙은행이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2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신현송 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취임식에서 “디지털 환경에서도 화폐에 대한 신뢰와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지켜내는 것이 중앙은행의 시대적 책무”라며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CBDC와 예금토큰의 활용도를 높이고, 아고라 프로젝트 등 국제협력을 통해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에서도 원화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원화 국제화와 통화제도 혁신이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장치가 필요한 만큼, 변화된 환경에 맞는 거시건전성 체계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디지털 결제 환경에서도 중앙은행이 핵심 역할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간 한국은행은 직접적인 입법 주체는 아니지만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제도 논의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이창용 전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질서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며 CBDC 기반 대안을 제시해왔고, 신 총재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프로젝트 한강’은 중앙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발행해 실제 결제에 활용하는 구조다. 현재 2단계 사업에서는 실거래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과는 별도로 은행 중심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이 같은 접근은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블록체인 기반 화폐가 네트워크별로 분절될 경우 통화의 단일성이 약화될 수 있고, 중앙은행의 통제 범위 밖에서 작동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확인(KYC) 등 규제 측면을 고려할 때, 초기 단계에서는 은행 중심 구조가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날 취임식 종료 후 기자실을 방문한 신 총재는 “취임사를 보면 중점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에둘러 표현했다. 취임사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신 총재는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놓고 “각각 사용 용도에 따라 역할이 있을 수 있다”며 “중앙은행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모아 생태계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으로 ‘투트랙 전략’ 가능성이 급부상했지만, 취임사를 통해 여전히 무게 중심이 CBDC에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신 총재의 이 같은 입장은 향후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 과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혁신 수단이 아니라 지급결제와 통화 안정성과 직결된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반영될 경우, 발행 구조와 규제 방식 역시 보다 보수적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법안은 금융위원회와 국회가 주도하는 만큼 최종 방향은 정책 당국 간 조율 과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단독으로는 완전한 디지털 결제·청산 기능에 한계가 있는 만큼 CBDC·예금토큰·스테이블코인을 함께 활용해야 완전한 디지털 화폐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며 “중앙은행은 플랫폼과 기준을 맡고, 혁신은 민간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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