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경쟁력, 공급망에서 갈린다…배터리 재활용·저탄소 소재 전환 가속
||2026.04.21
||2026.04.21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구조를 내연기관차보다 더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배터리 재활용과 저탄소 철강·알루미늄 사용, 배터리 광물의 책임 조달 등에서 전기차 중심의 변화가 뚜렷해졌다는 내용이다.
20일(현지시간) 전기차 매체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리드 더 차지 오토 서플라이 체인'(Lead the Charge Auto Supply Chain) 리더보드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계기로 더 깨끗하고 투명한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핵심은 전기차의 구조적 차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구동 배터리를 중심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원재료 조달부터 재사용, 재활용까지 공급망 전반을 새로 짤 여지가 크다. 매체는 전기차가 가솔린 차량보다 이미 더 지속가능한 데다, 내연기관차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공급망 투명성과 순환 구조를 산업 전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평가 대상 18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 1년간 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 부문에서 진전을 보였다. 테슬라는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출이 집중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제시하며 업계 기준을 새로 세웠다. 메르세데스와 포드, 폭스바겐은 배터리 광물 조달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 공급업체에 책임 있는 채굴 기준을 요구했다.
이 같은 흐름은 재료 조달의 투명성 강화와도 맞물린다. 공급망 정보가 공개되면 광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노동 조건은 어떤지, 배터리의 사용 종료 뒤 어떤 처리 과정을 거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석탄 기반 철강 생산, 노동 문제, 파괴적 채굴 관행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기차 공급망의 기준선 자체는 가솔린차 시대보다 이미 높아졌고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함께 제시됐다.
완성차 업계의 변화에는 규제와 소비자 수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배터리 규정은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망 추적, 책임 있는 배터리 광물 조달, 배터리 재활용 의무를 요구한다. 이런 의무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내연기관차 구조에서는 적용 자체가 어렵거나 큰 의미를 갖기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인식도 변수로 떠올랐다. 플러그인 아메리카(PIA) 조사에서는 '깨끗한 공기와 환경 보호'가 매년 전기차 구매의 최우선 고려 요인으로 꼽혔고, 2025년에는 응답자의 약 40%가 이를 선택했다. 더 깨끗한 전기차 공급망이 단지 옳은 선택에 그치지 않고 사업적으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런 흐름 속에 일부 기업은 공급망 자체를 제품 경쟁력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와 볼보는 최신 모델인 CLA와 ES90의 오염 저감 성과를 홍보하면서 저탄소 철강과 알루미늄 사용량을 수치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주행거리나 충전 속도뿐 아니라 차량을 만드는 데 투입된 소재의 환경 비용까지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산업 전반의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 자동차 업체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수요처이자 주요 철강 구매처로, 두 산업이 전 세계 오염의 약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제조사들의 저탄소 소재 수요가 커질수록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의 생산 방식에도 변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전기차 전환은 차량 동력원 교체를 넘어 제조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공급망의 탄소 배출과 재활용 구조, 원재료 조달 기준, 공개 수준까지 경쟁 요소가 되면서 완성차 업체 간 격차도 이 영역에서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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