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값 70% 급등… 생필품 공급망 차질 우려 확산
||2026.04.21
||2026.04.21
중동 지역 군사 충돌 장기화로 촉발된 나프타(납사) 가격 급등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생리대·물티슈·세제 등 주요 생필품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아직 대규모 품절이나 사재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가격 인상과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원유 및 나프타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2월 말 톤당 633달러에서 3월 말 1089달러로 약 70% 이상 급등했다.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지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감산과 가동 중단에 잇따라 나섰다. LG화학은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등도 가동률을 낮추며 사실상 비상 운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재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50~60%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일부 기업들은 제품 공급에 대한 불가항력(포스마쥬르) 선언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공급 차질 현실화를 시사하고 있다. 업계는 통상 1~2개월 수준의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추가 셧다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의 핵심 원료로, 생리대·기저귀·물티슈뿐 아니라 세제·치약·화장품 등 생활용품 전반에 사용된다. 특히 포장재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완제품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포장 용기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총 1조98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중 6783억원을 나프타 수급 안정 지원에 투입해 수입단가 상승분의 50%를 보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 7개 품목에 대해 매점매석 금지 조치도 시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책 효과가 현장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불가피한 만큼 단기적인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나프타 수입의 약 2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생필품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나프타 가격 급등 여파로 합성섬유와 위생용품 원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의류·기저귀 등 소비재 가격 인상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역시 시차를 두고 같은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통 현장에서는 아직 ‘대란’ 수준의 이상 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동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의 급격한 변동이나 비정상적인 수요 급증, 사재기 현상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다만 종량제 봉투 수요 증가로 일부 점포에서 일시 품절이 발생할 수 있어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마트는 생필품 전반에서 수요 급증이나 품절 우려는 아직 없으며, 전반적인 판매 흐름도 전주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품목에서는 계절적 요인으로 생수(6.6%), 화장품(16.2%) 매출이 증가했지만 종량제 봉투는 오히려 10% 이상 감소하는 등 일시적 변동에 그쳤다. 화장지·물티슈 등 주요 품목에서도 비정상적 수요 증가는 없다는 설명이다.
제조업체들도 현재까지는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생리대·물티슈 업체들은 “원자재 수급과 글로벌 시장 변동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주요 제품 생산과 공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정세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원가 상승과 수급 불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는 “재활용 소재 확대 등 원료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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