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 양자컴퓨터 대응 전략 엇갈린다…차이점은?
||2026.04.21
||2026.04.21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양자컴퓨터 위협이 블록체인 업계의 장기 보안 과제로 부상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서로 다른 대응 전략을 택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기존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는 점진적 대응에 무게를 두는 반면,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전반을 단계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두 네트워크가 모두 '공개키 암호 체계'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현재 블록체인 지갑과 거래 서명에는 타원곡선 암호화(ECC)가 널리 쓰이는데,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쇼어 알고리즘 같은 방식으로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역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지갑 소유권과 거래 검증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위협이 당장 현실화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실질적으로 암호를 깨는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려면 아직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일반 서비스처럼 즉시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규모 전환에는 오랜 기간의 조정과 시험, 이용자 채택이 필요하며, 이는 즉 '당장 급하지는, 않지만 준비는 훨씬 앞서 시작해야 하는 상태'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논의는 암호화폐 업계 내부를 넘어 주요 기술 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구글은 2026년 3월 자사 시스템을 2029년까지 양자내성암호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존 암호화와 디지털 서명이 양자컴퓨터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블록체인에서는 디지털 서명이 자산 소유권 검증의 핵심이어서 이 논의가 더 민감하다.
그렇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먼저 비트코인은 최소한의 변경과 안정성을 우선하는 방향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해결책은 'BIP-360'으로, 여기에는 '페이 투 머클 루트'(P2MR) 개념이 담겼다. 기존 암호 체계를 통째로 바꾸기보다 특정 거래 출력 구조를 조정해 공개키 노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목표도 한 번에 완전한 양자내성을 확보하는 데 있지 않다.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더 안전한 거래 유형으로 옮겨갈 경로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접근은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보수적 운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와 예측 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업그레이드를 허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이런 신중론을 두고 더 빠른 양자 기술 진전이 나타날 경우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대로 성급한 변경이 장기 보안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더리움은 보다 선제적이고 구조화된 대응에 나섰다. 이더리움 생태계는 양자내성 전환을 단일 기술 수정이 아니라 다층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제로 보고 로드맵을 정리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암호 화 유연성'이다. 네트워크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핵심 암호 구성요소를 교체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로드맵은 여러 계층을 나눠 검토한다. 실행 계층에서는 계정 추상화와 대체 서명 방식을 살펴보고 있다. 합의 계층에서는 검증자 서명 메커니즘을 해시 기반 방식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평가한다. 데이터 계층에서는 양자 환경에서도 보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데이터 가용성 구조를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개발자들은 이 과제를 장기 전략 우선순위로 두고, 시점도 20년대 말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두 네트워크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 선택을 넘어 구조와 거버넌스에서 갈린다. 비트코인은 기초 계층의 견고함과 예측 가능성을 우선시하며, 큰 폭의 변화에는 높은 합의 기준을 적용한다. 반면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전환과 확장성 개선 등 복잡한 업그레이드를 실제로 추진해 온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은 양자 위협을 '최소 개입이 필요한 먼 위험'으로, 이더리움은 '조기 설계가 필요한 시스템 차원의 과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아직 두 진영 모두 해법을 확정한 단계는 아니다. 비트코인은 여러 제안을 검토 중이지만 공식적인 전환 경로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더리움도 계획 수립에서는 앞서 가지만 실제 구현까지는 기술적 난관과 커뮤니티 조정 과제가 남아 있다. 기존 취약 암호로 보호된 자산을 어떻게 옮길지, 탈중앙화된 커뮤니티에서 업그레이드를 어떻게 조율할지, 하위 호환성과 미래 보안을 어떻게 맞출지가 공통 과제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당장 가격으로 반응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양자위협이 여전히 장기 이슈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관들이 관련 위협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향후에는 각 네트워크의 준비 수준과 적응력이 장기적인 신뢰도 평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