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넣어도 24주"…MLCC 제품 품귀
||2026.04.21
||2026.04.21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 리드타임이 24주까지 늘어나며 생산 리드타임(8주)의 3배에 달하게 됐다. 글로벌 1·2위인 무라타와 삼성전기 가동률이 90%대에 고착됐지만, 선두 업체가 인공지능(AI) 서버용 제품에 생산을 집중하면서 범용 제품 주문이 후발 업체로 흘러가는 낙수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는 "진짜 공급 부족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만 유통업체인 퓨처일렉트로닉스는 삼성전기 MLCC 리드타임은 최대 24주에 달한다. 또 다른 대만 유통업체 니치덴보도 고급 MLCC 공급 리드타임을 14~16주로 제시했다. 공급 리드타임은 고객이 주문한 뒤 실제 물량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산 리드타임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생산 리드타임이 8주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공급까지 2~3배 긴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유통상 재고도 상당히 낮아진 상태라는 의미다.
가동률도 한계치에 가까워졌다. iM증권은 1분기 가동률을 삼성전기 92%, 무라타 95%로 추정했다. 삼성전기 재고일수는 30일 수준으로, 적정재고 40일을 밑돌고 있다. 높은 가동률에도 재고가 쌓일 틈 없이 수요가 들어오고 있다고 보여진다. 삼성전기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수급이 상당히 타이트한데 완벽한 숏티지까지는 아니다"라며 "선두 업체(무라타)의 가격 의사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수익성 높은 수주를 선별 수용하는 전략이 가능할 만큼 라인이 꽉 찼다는 의미다.
그러나 과거 상승 사이클과 달리 전방위 패닉바잉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전 2017~2018년에는 MLCC 부족이 세트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2021~2022년에는 제재로 쇠락하는 화웨이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경쟁이 패닉바잉을 촉발했다. 현재는 유통상이 3월 초 일부 범용 MLCC 가격을 올렸지만, 전면적 패닉바잉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수요 주체가 AI 산업군으로 달라진 점도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과거 패닉바잉의 주체였던 스마트폰·PC 업체는 제품 수명 주기가 짧고 거시경제에 따른 수요 변동이 커 재고에 민감하다. 반면 AI 고객은 2~3년 단위 시스템 로드맵을 보고 움직이므로 호흡이 길다. 이에 세트업체와 유통상이 아직 공급 리스크를 체감하지 못하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이는 향후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외적으로 애플은 지난해 연말 주요 MLCC 업체에 장기공급계약(LTA)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관리에 가장 민감한 애플이 선제 대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두 업체가 비운 자리, 후발로 흘러간다
선두 업체에 주문이 몰리자 낙수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수익성 높은 AI 서버용 MLCC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충족되지 못한 범용 MLCC 주문이 2차 공급업체로 이동하고 있다. AI용 MLCC는 범용 대비 생산 리드타임이 2~3배 길어, 선두 업체 라인에서 빠지는 범용 물량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메모리 업계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우선 대응하는 구조와 비슷하다.
대표 사례가 대만 야지오(Yageo)다. iM증권에 따르면 야지오 커머디티 수동소자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65%에서 4분기 75%, 올해 1분기 80%로 올라왔다. IT 세트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가동률이 개선되는 흐름은, 선두 업체가 비운 범용 수요가 후발 업체로 흘러가고 있다는 간접적 증거라는 설명이다. 중화권 업체 가동률이 90%를 넘어서는 시점이 산업 전반의 공급 부족 전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급 부족에 따른 패닉 바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은 3분기다. iM증권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루빈(Vera Rubin) 램프업에 따른 서버용 MLCC 수요 확대와, IT 성수기 계절적 수요가 맞물리는 시기로 봤다. 초소형·고용량 MLCC를 많이 쓰는 애플의 하반기 생산 계획이 강하다는 점도 업사이드 요인이다.
관건은 무라타의 판가 정책과 중화권 업체 가동률이 90%를 돌파하는 시점이다. 두 조건이 맞물리면 MLCC 업황은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iM증권은 "경험상 패닉바잉 없는 업사이클은 없었다"며 "더블부킹 논란조차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은 MLCC 업체들의 이익 컨센서스 상향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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