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얕보다 ‘큰코다쳤다’… 전기차 시장 30% 잠식
||2026.04.20
||2026.04.20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생산 전기차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차량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경쟁 구도 역시 기존 브랜드 중심에서 가격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는 최근 2~3년 사이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며 시장 내 영향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2025년 신규 등록된 전기차 22만177대 가운데 중국 생산 차량은 7만4728대로 33.9%를 기록했다. 2023년 7.5% 수준이던 비중이 단기간에 크게 확대된 것이다. 이는 중국 브랜드 판매 증가뿐 아니라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수입 전기차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생산 전기차 비중은 2020년 75%에서 2025년 57.2%까지 하락했다. 독일 브랜드 전기차 역시 7%대에 머물며 기존 수입차 중심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점유율 변화는 판매 순위 재편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중국 생산 전기차 확대는 테슬라가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수요가 높은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5년 테슬라 모델 Y 판매량은 5만405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테슬라 전체 판매량이 5만9916대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을 모델 Y가 차지한 셈이다. 올해 3월에는 한 달간 1만113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월 1만대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BYD 역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5년 4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3월까지 1만78대를 판매하며 진출 11개월 만에 1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 BMW가 7년, 메르세데스-벤츠가 3년이 걸려 달성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 확대의 배경으로 가격 경쟁력을 꼽는다. 국산차나 독일 브랜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진입하며 시장 저변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 Y는 중국 생산 물량 도입 이후 가격이 9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로 낮아졌다. BYD는 아토 3를 비롯해 돌핀, 씨라이언 7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했으며, 돌핀의 경우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 가격을 앞세워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전기 SUV EX30의 가격을 최대 761만원 인하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초기 성능과 브랜드 중심에서 점차 가격과 효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기존 경쟁 구도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성능 중심에서 가격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중국산 점유율 상승은 이 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시장 흐름 변화에 맞춰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조정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제조사의 국내 산업 기여도와 투자 등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생산 비중이 낮은 수입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브랜드와 테슬라 등은 국내 산업 기여도가 제한적인 만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급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조금 지급 기준 개편이 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뿐 아니라 중국산 저가 전기차 확산을 견제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책 변화가 시장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형성된 가격 중심 경쟁 구조가 단기간에 되돌려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개편이 확산 속도를 일부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가격 경쟁력 자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국내 업체들도 가격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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