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상호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와 공정거래법의 경계

조선비즈|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026.04.20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기존의 경영권 방어 방식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행동주의 주주의 공세로 경영권 위협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기업 법제 분야에서는 실효성 있는 방어 수단 확보가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대법원이 이달 초 상호주를 활용한 의결권 제한 조치가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내린 결정은 이러한 상황에 놓인 경영계에 위안이 될 수 있다. 상호주에 의한 의결권 제한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단이 단순한 소극적 판단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문제된 지분 취득 및 지배구조 형성 과정 전반을 면밀히 검토한 뒤 경영진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계열회사를 활용하였다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기업 지배구조의 형성과 경영권 방어 전략이 현행 법 체계 내에서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금지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외국 자회사를 활용한 상호주 전략이 법적으로 비난 받을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위반 조사 기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순환출자 구조의 형성, 계열사 간 지분 이동, 우호지분 확보와 같은 기업 집단 내부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기업 집단 내부 지배구조 변화를 경쟁제한적 행위 또는 부당한 내부거래 소지가 있다고 평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지배구조 형성 행위가 경영권 방어 또는 지배력 유지 목적을 가진다는 이유만으로는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위법성 판단을 위해서는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거나 거래 질서를 침해한다는 점을 별도 증명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

이번 결정은 또 공정위의 조사 및 제재 권한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의미도 지닌다. 공정위는 조사·심의·제재 기능을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준사법적 행정기관으로서 상당한 전문성과 재량이 인정되지만, 그 판단은 궁극적으로 법원의 심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이 특정 유형의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한 이상, 공정위가 독자적으로 확장된 해석을 적용하기는 어렵게 됐다. 공정위가 처분의 사후 취소 가능성을 낮추려면 조사 단계에서부터 법원이 수용 가능한 수준의 법리 구성과 증거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이 결정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사이의 기능적 경계를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회사 내부의 조직 및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는 원칙적으로 상법에 의해 1차적으로 규율되어야 하고, 공정거래법은 시장 경쟁질서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규범적 질서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공정위가 기업집단 내부의 지분구조나 의결권 구조를 광범위하게 규제 대상으로 삼는 데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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