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출발 10초 만에 사라졌다… 인간 제친 中 로봇마라톤 가보니
||2026.04.20
||2026.04.20
지난 19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각), 1만2000명의 마라토너가 운집한 베이징 이좡(亦庄)의 한 공원. 하프마라톤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소리와 함께 출발 구호가 울리자 선발대로 나선 수천명의 마라토너가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마라토너보다 눈에 띈 건 압도적인 속도로 앞질러 달리는 붉은색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뎬(闪电)’이었다. 인파에 가려져 출발선에선 보이지 않았던 산뎬은 출발과 동시에 약 10초 만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번개라는 뜻의 이름처럼 쏜살같이 트랙을 질주하자,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관중석에선 놀라움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트랙을 달리던 마라토너들은 발걸음을 늦추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후 약 30초 간격으로 104대의 휴머노이드가 출발선을 나섰다. 여러 대의 산뎬이 잇따라 달렸고, 작년 대회 우승 모델인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의 톈궁(天工)과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 업체 유니트리(宇树科技·Unitree) 제품도 눈에 띄었다.
◇ 올해 주인공은 ‘산뎬’… 화웨이 계열이 개발
우승 소식은 경기 시작 50분 만에 전해졌다. 압도적인 속도와 안정감으로 관중을 놀라게 한 산뎬이었다. 치톈다성(齐天大圣)팀이 자율주행으로 21.0975km를 50분 26초에 완주했다. 속도만 보면 포펑산뎬(破风闪电) 팀이 같은 모델로 48분 기록을 세웠지만, 원격 제어로 출전한 탓에 20%의 시간 가중치를 적용받아 우승을 놓쳤다.
2위와 3위 역시 산뎬으로, 각각 레이팅산뎬(雷霆闪电)팀과 싱훠랴오위안(星火燎原)팀이 각각 50분 56초와 53분 01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1위 기록(2시간 40분)을 두 배 이상 앞당긴 것으로, 인간 기록보다도 빠른 수준이다. 산뎬은 화웨이 계열의 아너(honor)가 개발한 휴머노이드로, 키 169cm에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올해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 더 어려워진 트랙에서 자율주행 기술 경쟁
올해로 두 번째 개최를 맞은 대회는 작년보다 규모와 성능 모두 눈에 띄게 향상됐다. 완주조차 쉽지 않았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절반가량의 팀이 완주에 성공했다. 작년 20여대에 불과했던 출전 로봇 수는 올해 105대로 늘었고 이 중 43개 팀이 자율주행으로 트랙을 달렸다. 주최 측은 자율주행을 장려하기 위해 원격 제어 팀에 시간 가중치를 부여하는 패널티를 적용했다. 속도 자체보다 인간 개입 없이 주행하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트랙 난도도 높아졌다. 아스팔트 평지뿐만 아니라 오르막길, 내리막길, 자갈길, 잔디밭길 등이 추가됐고 최대 90도에 달하는 커브 구간도 트랙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코너링에 실패해 쓰러진 휴머노이드가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고 소형 크레인에 매달려 끌려나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관중과 취재진 열기도 뜨거웠다. 대회 시작을 1시간 30분 앞둔 오전 6시쯤부터 수백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고, 시야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눈치싸움도 벌어졌다. 베이징뿐 아니라 상하이 등 각 지역 방송사들도 현장을 찾았다. 관객석에는 카메라를 들고 동영상을 찍고 실시간 생방송을 하는 인플루언서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학생 응원단을 인솔해 대회장을 방문한 교사 싱모씨는 “작년보다 대중적인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이 느껴진다. 작년엔 이좡 자체 행사 같은 성격이었다면 올해는 전국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대회에 참가한 로봇들도 성능과 규모 면에서 작년보다 크게 진화한 것 같다. 아이들에게 과학기술 발전 현장을 보여줄 수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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