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난 악화 우려에 갱신청구권 사용률 30%대로 ‘뚝’…“보증금 미리 올릴게요”
||2026.04.20
||2026.04.20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심화하자 서울 아파트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시장 불안이 장기화돼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한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정책으로 기존 임대 물량이 부족해진 가운데 신축 공급도 어려워지면서 전·월세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묵시적 계약 연장 또는 합의 재계약을 통해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 계약 만기 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를 사용하면 임차료 상승률을 5% 이내에 제한해 재계약을 할 수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전·월세 계약은 6만6712건이다. 이 중 전월세 계약의 갱신 건수는 3만782건이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건수는 1만3223건이다. 갱신권 사용 비중은 42.9%로, 전년도 갱신권의 사용 비중 48.4%에 비해 5.5%포인트(p) 낮아진 수준이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가 발표된 2월부터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1월 갱신권 사용 비율은 45.9%였으나 2월에는 43.4%로 내려왔다. 3월에는 이 비중이 39.91%로 40%대를 넘지 못한 데 이어 4월에도 39.91%를 유지했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줄어든 것은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023년 초에도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는데, 당시에는 전세 사기 탓에 전세 수요가 크게 줄면서 전셋값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세입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갱신청구권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전세가를 낮춰 계약을 갱신하는 감액 계약을 했다.
최근의 상황은 3년 전과 달리 전·월세의 부족으로 임차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로 계약갱신청구권을 나중에 쓰려는 수요가 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후 전세보증금이나 월세가 더 오를 때 갱신청구권을 쓰기 위해 지금은 묵시적 계약 연장이나 집주인과 보증금을 상승 조정하는 합의 재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경우 임차료 상승률에 제한이 있는 반면, 권한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묵시적 계약 또는 임대인과의 협의 하에 전·월세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강남권뿐만 아니라 중저가 지역에서도 이처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없이 보증금을 올리는 계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강서구 등촌동의 A아파트 전용 93.81㎡는 이달 15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없이 전세보증금을 기존 4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으로 갱신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날 송파구 송파동의 B아파트 전용 64.66㎡ 또한 전세보증금을 7억5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갱신청구권 사용 없는 갱신 계약이 이뤄졌다.
최근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정책이 지속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월세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기준 6억8000만원으로 7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경우 다주택자를 비롯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거주 중심의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며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축 공급 물량이 부족한 점도 전·월세 가격 자체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묵시적 갱신이나 합의 재계약의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다고 보지 않는다”며 “전·월세 시장이 불안하니 매물이 없고 전세가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해 나중에 이동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는 부분이 있다. 또 집주인 입장에서 최근 보증금으로 주택을 추가로 취득하는 것도 힘들어지면서 묵시적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역시 “최근 전·월세 가격이 너무 올라서 묵시적 계약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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