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로 신차 수요까지 좌우… 車 업계 ‘가격 통제’ 본격화
||2026.04.19
||2026.04.19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사업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수입차 중심으로 형성돼 온 인증중고차 시장이 국내 완성차 업계로까지 확장되는 흐름이다. 업계는 이를 차량 생애주기 연장과 브랜드 신뢰 제고 차원으로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신차와 중고차 가격 구조를 함께 관리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초기에는 수입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인증중고차 사업이 국내 완성차 업체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23년 자체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했고, KG 모빌리티는 지난 3월 31일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 판매를 넘어 자동차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통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사업 진출은 표면적으로 차량 생애주기 연장과 수익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를 직접 유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의 이면에 구조적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고차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브랜드 가치를 방어하고, 신차와 중고차 간 가격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실제 중고차 가격은 신차 수요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경우 신차의 잔존가치 역시 높아지고, 이는 곧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 구매 시 향후 되팔 때의 가격, 즉 감가 손실을 고려하기 때문에 잔존가치가 높은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중고차 가격 안정은 신차 판매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소비자의 구매 판단이 차량 가격보다 감가 손실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를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체 점검 기준과 보증 체계를 통해 중고차 품질을 표준화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는 272개 항목의 품질 점검을 통과한 무사고 차량만 판매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8개 항목 점검과 1년·2만킬로미터(㎞)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중고차에 대한 신뢰를 제도적으로 끌어올려 가격 방어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브랜드 전체의 가격 체계가 함께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며 “이는 신차 가격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중고차 사업 확대는 수익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중고차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경우 완성차 업체는 리스·렌탈·구독 등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보다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차량 판매 이후 회수된 차량을 다시 유통하는 구조가 정착되면, 수익 창출 방식도 단일 판매에서 차량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장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시장 확장성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약 250만~260만대가 거래되며 규모는 약 3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중고차 거래량은 226만7396대로, 신차 판매 대수(168만8007대)를 크게 웃돌았다. 선진국에서 중고차 거래량이 신차의 두 배 수준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 역시 장기적으로 연간 350만대, 50조원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 허위 매물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불신이 컸던 만큼, 완성차 업체가 직접 품질과 이력을 보증하는 구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차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가 직접 보증 수리를 제공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인증 중고차를 선택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중고차 시장 재편 과정에서 기존 유통업체와의 갈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완성차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경우 가격 형성과 거래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사업은 단순한 유통 확장이 아니라 신차 가격과 수요를 함께 설계하는 구조 변화”라며 “자동차 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뀌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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