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작품’ 진위, 법정서 맞붙은 두 감정 기관… “자연스럽다” vs “이질감 느껴져”
||2026.04.17
||2026.04.17
이우환 화백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17일 법정에 등장했다. 국내에서 미술품 진위를 가리는 양대 기관이 법정에서 “진품이다” “위작이다”라고 맞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은 김상민 전 검사가 김건희 여사 측에 전달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고법판사 박정제·민달기·김종우)는 이날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전 검사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의 쟁점은 이우환 화백 작품의 진위 여부였다. 진품 여부에 따라 김 전 검사의 처벌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및 약속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이우환 화백의 작품은 비싼 것은 수십억원을 호가하지만, 위작이면 가치가 인정받기 어렵다.
◇캔버스 고정하는 못 녹슬어 있어… “습해서” vs “캔버스는 깨끗해 이질감”
이날 법정에서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점으로부터 No. 800298’이 공개됐다. 이 작품은 특검이 압수해 보관 중이다. 캔버스를 올려두는 이젤이 준비되지 않아 독서대에 작품을 올려둔 채 재판이 진행됐다. 특검 측이 독서대에 작품을 올려둔다고 하자 재판부가 당황해하기도 했다.
특검은 이 작품이 진품이라는 입장이다. 작년 8~9월 감정 의뢰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진품’ 판단을 내린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관계자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관계자는 “우선 그림의 서명을 살펴보면 채도가 낮은 편에 속해 진품에 가깝다”며 “캔버스 상태는 연대감이 자연스럽고, 바닥의 색깔도 이우환 화백이 추구하는 은은한 색상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전 검사 측은 해당 작품이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작품 측면에 캔버스를 고정하기 위해 박아둔 못이 인위적으로 녹이 슬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관계자는 “습한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된 결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김 전 검사 측이 증인으로 부른 한국화랑협회 측은 진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작품이 만들어진 건 1980년대인데, 1979년부터 못 대신 ‘타카’(스테이플건)를 이용해 캔버스를 고정해 왔다”며 “설령 못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못이 이렇게 녹이 슬 정도면 정면의 캔버스도 손상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깨끗해서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반박했다.
◇유리 조각 성분 검출… “안료에 고열로 형성” vs “세계적 작가가 하품 사용할까”
이 작품은 고배율 현미경 분석에서 이우환 화백 작품에서는 보기 드문 유리 조각 성분이 검출됐다. 이 화백은 ‘2016년 이우환 화백 대규모 위작 사태’ 당시 경찰 수사에서 “유리가루를 재료로 넣은 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유리 조각 성분을 두고도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측은 “작품에 쓰인 안료는 도자기처럼 고온에서 구운 뒤 다시 빻아 가루 형태로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규소가 포함돼 있다면 고열로 인해 유리 성분이 형성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우환 화백이 직접 제게 작품 재료를 못 구해서 한국에서 구한 재료를 섞어 퀄리티가 떨어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이 화백이 일본에 거주하며 한국과 독일, 프랑스를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재료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화랑협회 측은 “이우환 화백 같은 세계적인 작가가 불순물이 포함된 하품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없고, 작업 환경에서도 불순물이 들어갔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뒤 재판부도 직접 해당 작품을 살펴봤다. 재판장은 “정말 못에 녹이 슨 것이냐”고 묻기도 했고, 1분가량 작품을 손에 든 채 이리저리 돌려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김 전 검사는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으로 추정되는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구매한 뒤 2023년 2월 김 여사 측에 전달하고 총선 공천 등을 청탁했다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또 2024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코인왕’으로 불리는 박모씨 측에 선거용 차량 비용을 대납받았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김 전 검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139만여 원 추징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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