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신기원’ 갈등은 ‘방화’…삼성 전영현 리더십 ‘시험대’
||2026.04.17
||2026.04.17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DS부문장 취임 2년 만에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55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영업이익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반면 노사 관계에선 아직 낙제점이다. 전 부회장은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노사 갈등을 키우며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한국 기업사에서 전례 없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43조6011억원을 단 한 분기 만에 넘어선 수치다.
2024년 5월 DS부문장에 선임된 전 부회장은 HBM4 세계 최초 양산과 10나노(㎚)급 6세대(1c) D램 설계 재구성 등 초격차 전략을 진두지휘하며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를 위해 창사 이래 최대인 110조원 규모의 선제적 투자를 확정하며 실적 가속 구간에 진입했다.
압도적인 경영 성과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20만원대를 돌파하며 1년 전 대비 4배 이상 급등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전 부회장에게 박수 세례를 보낸 배경에는 이러한 실적 반전이 자리했다.
하지만 빛나는 실적 뒤로 노사 관계는 전 부회장의 등판이 오히려 발화점이 됐다. 당시 사내에서는 정부의 주가 부양 기조에 맞춰 삼성전자가 파업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하려 전 부회장을 필두로 전략적 협상에 나섰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전 부회장은 3월 23일 노조와 대면 회동에 나서며 노사 합의 기대감을 높였다. 사측은 3월 25일부터 3일간 이어진 노조와 집중 교섭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는 파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업부 간 처우 격차 해법을 놓고 양측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교섭은 27일 중단됐다.
사측은 협상 결렬 후 전 부회장의 발언을 왜곡하는 노조에 유감을 표명하며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 전 부회장이 메모리 직원의 자긍심을 강조한 발언을 노조가 “적자 사업부 보상은 없다”는 식으로 왜곡해 전파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사측은 이를 명백한 허위 사실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유포 중단과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갈등의 골은 사측이 특정 임직원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삼성전자는 9일 특정 직원이 임직원 개인정보를 무단 이용해 노조 가입 여부를 식별한 명단을 작성·유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에 형사 고소장을 접수했다. 16일에는 노조를 상대로 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23일 평택 집회가 폭행이나 협박 등 위법한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법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성과급 상한 해제 및 투명화 안건이 아니면 사측의 대화 제의가 오더라도 23일 집회 이전까지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통으로 실마리를 풀려던 전 부회장의 행보가 오히려 노조를 결집시켜 파업을 기정사실화한 기폭제가 된 셈이다.
23일 평택 사업장 집회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핵심 공정 인력 등 3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고됐다. 라인 가동의 급소인 유틸리티 인프라 조직까지 대거 투쟁에 합류하면서 실제 파업 시 ‘셧다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일부 라인 정지만으로도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18일간의 총파업 시 피해액이 최대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웨이퍼 폐기 등 직접적 손실과 대외 신인도 하락은 삼성전자 반도체에 가늠하기 어려운 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정점에 섰음에도 노조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론은 전영현 부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전 부회장이 추가적인 협상 카드를 제시하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지,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라는 오점을 남길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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