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법’ 법조계도 설왕설래… 소급 적용에 혼란 가중 우려
||2026.04.16
||2026.04.1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심사 중인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집단소송법은 공통의 피해자를 대표하는 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판결의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미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증권 분야에 한정된 적용 대상을 전 분야로 확대하고, 원고 범위도 넓히는 것이 이번 법안의 핵심이다.
문제는 일부 법안 부칙에 명시된 ‘소급 적용’ 규정이다. 집단소송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피해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산업계에서는 “악의적 ‘기획 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제도 도입 시점에 따라 기존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급 적용’ 집단소송법에 법원행정처도 우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행정처는 집단소송법의 소급 적용 조항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일부 피해자에 대해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판결이 확정됐거나 손해배상이 이뤄진 경우에도 집단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며 “기판력(확정 판결의 구속력) 등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이례적으로 소급 적용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의 심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은 소급 적용 조항에 대해 “법 시행 후 최초로 행해진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분부터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이는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이유로 소급 적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법무부와는 온도 차가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소급 적용이 가져올 예측 불가능한 사회적 비용과 기업 리스크가 결국 제품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위축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소급 적용은 기업이 과거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예측하고 대비했던 리스크 범위를 사후적으로 무한히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상 소급 입법 금지 원칙과 신뢰 보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정상적 경영 활동이 갑자기 소급 적용으로 인해 ‘과거발(發) 소송 폭탄’으로 돌아올 경우 경영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 기업부터 지자체까지 ‘기획 소송’ 타깃 될 수도
산업계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임박한 사건들이 ‘기획 소송’이나 ‘묻지마 소송’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로펌이나 브로커가 시효 만료 직전 과거 사건을 발굴해 소송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대기업보다 소송 대응 여력이 부족한 만큼, 과거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유통 과정의 과실 등이 뒤늦게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월 462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서울시 ‘따릉이’ 사건이나 2023년 정부 행정전산망 ‘정부24’ 마비 사태, 경기도교육청 학생 성적 유출 사건 등도 소급 적용 대상이 될 경우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막대한 소송 비용이 결국 세금으로 충당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집단소송 제도 확대를 통해 그간 개별 소송 부담으로 권리 구제를 받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와 법적 안정성 간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행정처와 한국소비자원이 나란히 신중론을 제시한 것은 무리한 소급 적용이 법적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피해 구제의 필요성과 법적 안정성 사이에서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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