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속도내던 은행권, 법제화 지연에 다시 CBDC ‘기웃’
||2026.04.16
||2026.04.16
시중은행의 디지털 자산 사업 무게 중심이 스테이블코인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규제 불확실성과 수익성 한계가 겹치면서, 제도권 내 활용이 가시화되고 있는 CBDC와 예금토큰 중심으로 방향 전환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이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CBDC 기반 ‘프로젝트 한강’ 참여에 집중하고 있다. 제도 공백이 지속되는 스테이블코인보다 기반이 마련된 CBDC에서 우선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은행들과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단계를 진행했으며, 2단계는 올해 하반기 참여 은행들과 본격적으로 실거래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은행 등 7개 은행에 경남은행과 iM뱅크가 추가됐다.
실제 상용화를 위한 준비도 본격화되면서 활용처 역시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편의점, 배달앱 등 유통채널은 물론 지역화폐와 국고보조금 등 민생 밀착형 영역으로 사용처를 확대하는 한편, 전자지갑 간 거래 지원과 자동 입출금 기능 도입 등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CBDC 중심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생태계 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통화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고, 중앙은행이 주축이 되는 통화제도가 주를 이뤄야 신뢰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디지털통화 체계를 CBDC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기조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CBDC가 주축이 되고, 민간 영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보완적 수단으로 기능하는 이원적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제도화 지연 속에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주요 쟁점을 둘러싼 이견으로 지연되면서 발행과 유통 전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태다. 이로 인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비금융권 모두 사업을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상용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CBDC는 중앙은행 주도하에 활용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또한 CBDC가 본격 확산될 경우, 새로운 유동성과 사업 기회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미국 서클(USDC)과 연이어 회동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적잖이 내비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의 한 디지털 자산 전문가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화가 지연되면서 내부적으로 관심도가 낮아진 상태”라며 “현재는 가상자산을 보유조차 하기 어려워 실제로 테스트하거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역 결제 등에서 효율화 효과는 거론되지만 실제 사례가 없어 아직 가능성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수익 모델에 대한 의문이 크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서클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은행이 함께할 수 있는 역할 자체가 제한적”이라며 “그나마 수익화가 가능한 영역은 유동성 공급인데, 이는 증권사에 가까운 역할로 국내에선 은행과 증권업이 분리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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