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이탈에 파업 위기까지…삼성 반도체 ‘잔인한 봄’
||2026.04.16
||2026.04.16
삼성전자가 인력 유출 우려와 노사 갈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57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반도체의 봄’을 주도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핵심 인재의 연쇄 이탈에 신음하고 있다. 동시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파격 보상을 내세워 인재 쟁탈전을 벌이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 위기라는 암초까지 만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인재 시장의 주도권은 최근 삼성전자에서 경쟁사들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하는 파격적인 보상안을 확정하며 구직자 사이에서 ‘가장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1위’로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경우, 내년 초 임직원들에게 1인당 평균 약 7억원(세전)에 달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이 지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메모리 3위 미국 마이크론의 공세도 위협적이다. 마이크론은 링크드인 등을 통해 200개 이상의 채용 공고를 열어두고 한국인 메모리 기술 인력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을 순회하며 채용 설명회와 현장 면접을 병행하는 등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인재 확보 경쟁에 전방위적으로 가세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사측에 올해 영업이익의 15%인 약 40조500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안을 내걸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5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며, 실제 파업 시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한 타격액은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파업 리스크는 삼성전자가 어렵게 확보한 시장 지배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과 글로벌 빅테크와의 파트너십 강화가 시급한 시점에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공급 신뢰도가 약화하고 주요 수요가 경쟁사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여도 문제다. 사측은 고비용 지출 구조가 고착화돼 미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는 삼성전자의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이나 시설 투자액에 육박한다. AI 패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간 투자 경쟁에서 삼성전자의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노조의 보상 요구가 주로 메모리사업부의 수익에 기반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시스템LSI나 파운드리 소속 핵심 인력들의 박탈감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강상열 반도체 부문 아키텍처 리서치랩장(부사장), 이제석 시스템LSI사업부 센서사업팀 최고기술책임자, 이종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SoC사업팀 디자인 임플리멘테이션 그룹장 등 설계 분야의 베테랑들이 잇달아 짐을 쌌다.
이를 보상 이슈와 직접 연관 지을 수는 없지만, 향후 핵심 인재 이탈에 따른 리더십 공백을 방지하려면 직무 특성을 고려한 정교한 보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메모리는 장치 산업이지만 시스템 반도체 설계는 전적으로 사람 역량에 의존해야 하는 사업이다”라며 “노조를 설득해 파업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메모리 성과에만 매몰된 보상 체계에서 벗어나 메모리에서 번 돈을 비메모리 인재를 지키기 위해 투자하는 전략적 결단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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