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DNA 입법 착수…주파수 정책·망 이용대가 해법 ‘힌트’ 되나
||2026.04.15
||2026.04.15
[디지털투데이 이진호 기자] 유럽연합(EU)이 디지털 네트워크 액트(DNA) 입법에 착수한 가운데 주파수 할당과 망 사용대가 등 한국 통신 현안과의 접점에 관심이 쏠린다. 네트워크 투자 촉진 등 한국도 해당 법안을 참고해 도전적 자세를 가지라는 제언이다.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는 15일 KTOA가 개최한 통신산업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EU DNA 입법 동향과 시사점을 소개했다. EU DNA는 기존 유럽전자통신규범(EECC)을 폐기하고 회원국별로 달랐던 통신 분야 규제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조 교수는 "(EU DNA는) 주파수를 전략적 공공재로 재정의한다"며 "주파수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EECC 체제에서는 27개 국가가 각각 다른 통신 규제를 적용하면서 시장이 파편화했다. 이에 따라 유럽 각 국가의 통신사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게 조 교수의 진단이다. 주파수 사용권을 최소 40년 동안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것도 이를 통해 통신사들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보다 쉽게 수립하도록 하는 취지다.
특히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주파수 경매 중심의 현행 제도가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신사는 일정 기간마다 반복되는 재할당과 높은 주파수 대가가 장기적인 네트워크 투자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EU DNA는 주파수 면허 기간 확대를 포함한 투자 유인 등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 교수는 "투자를 촉진하는 접근안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시장 참여자들의 과감한 도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OTT의 무임승차 문제 등 망 이용대가 논의에서도 EU DNA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이를 거부하는 콘텐츠사업자(CP) 간 갈등이 이어져 왔다. 다수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EU DNA는 국가규제기구(NRA)가 개입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묘수를 택했다. 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하면 NRA가 조정회의를 열어 중재하지만, 이를 기록으로 남겨 일종의 '선례'를 만드는 형태다. NRA가 한쪽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향후 분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국가 개입에 앞서 사업자 간 협의를 유도하는 게 목표다.
이 또한 ISP에 재원 마련 창구를 남겨 투자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는 취지라는 게 조 교수의 해석이다. 그는 "ISP가 앞서 투자한 비용을 회수해 또 다른 재원을 마련하도록 열어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EU DNA는 아직 발의 단계라 본격 시행까지는 법안 검토와 수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 국내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투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계속 요구해온 만큼 현재 법안이 향후 국내 입법과 정책 방향에도 큰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EU DNA가 단순한 규제 통합을 넘어 '투자 중심 규제'로의 전환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5G 단독모드(SA)와 6G 도입 논의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장기 주파수 정책과 망 투자 인센티브는 통신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서다.
조 교수는 "네트워크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규제가 투명하고 명확하게 설계돼야 한다"며 "혁신과 이용자 보호가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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