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부담에 내 차 안 탄다”… 車 이용 ‘비용 중심’으로 재편
||2026.04.15
||2026.04.15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촉발된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자동차 이용 방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이동 수단을 고정적으로 선택하기보다 비용 효율에 따라 나누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동 수단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장거리 이동에서는 철도 이용이 늘고, 차량 구매 패턴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확대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같은 이동이라도 비용 구조에 따라 수단을 달리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 방식 변화는 카셰어링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달 전기차 이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전달 대비 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용 건수도 전달 대비 23% 늘었다. 이는 고유가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주행요금 0원 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용 패턴도 달라졌다. 쏘카의 주행요금은 킬로미터(㎞)당 240~320원 수준으로,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유리하다. 실제 전기차 이용의 대부분은 장거리에 집중됐다. 지난해 8월 요금 개편 이후 전기차 이용의 84%가 100㎞ 이상을 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 시점부터 이용까지 걸리는 리드타임도 전기차가 평균 90시간으로 내연기관차(41시간)의 두 배를 웃돌았으며 올해 들어 전기차 리드타임은 17시간 증가했다. 장거리 이동을 전제로 한 ‘선택형 이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이용 증가를 넘어 차량 이용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차량을 소유하기보다 필요할 때 이용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고유가 상황이 맞물려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차봇모빌리티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유가로 인해 차량 이용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이러한 변화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용 대신 철도를 선택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열차 이용객은 4211만명으로 역대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125만명)보다 2.1% 증가한 수치다. KTX 이용객은 2039만명으로 처음 2000만명을 넘어섰고, 전년 대비 2.8% 늘었다. SRT 역시 616만명이 이용되며 0.6%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승용차 이용 비용이 커진 데다 일부 운행 제약이 맞물리며 도시 간 이동 수요가 철도로 일부 전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층에서 전기차 수요도 대폭 확대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신차 등록 집계 자료를 보면, 1분기 20대 신차 등록 대수는 2만35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4605대로 지난해 1402대에서 228.2% 급증했다. 전체 신차 등록에서 전기차 비중도 22.6%로 1년 새 13.3%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소비 기준의 변화를 대변한다. 초기 구매 가격보다 연료비와 유지비를 중심으로 이동 수단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용 빈도가 높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소비 패턴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 전체로도 흐름은 뚜렷하다. 1분기 전기차 등록 대수는 8만3000대로 전년 대비 150.9% 증가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지난 3월 전기차 등록이 1만6249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하이브리드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안정될 경우 일부 이용 행태는 되돌아갈 수 있지만, 비용 효율을 중심으로 이동 수단을 선택하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용 방식 변화에 맞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기상 미래차타기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한국은 일평균 주행거리가 선진국보다 높은 편으로, 고유가 상황과 맞물리며 이용 형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고유가 대응 차원에서 시행 중인 자동차 2·5부제 같은 단기 조치보다 이용 방식에 맞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일에만 차량을 이용할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휴일차 운행제도’를 도입하면, 현재와 같은 고유가 상황뿐 아니라 환경 문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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