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재편, ‘골든타임’ 놓칠 우려 커진다 [줌인IT]
||2026.04.14
||2026.04.14
중동 사태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흐르고 있다. 미국이 4월 13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대(對)이란 해상 봉쇄에 나섰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하는 맞봉쇄다. 휴전 합의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이란의 원유 등 수출과 외부에서 이란으로 들어오는 전쟁 물자 보급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도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내 산업단지별로 구조조정 최종 합의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오히려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나프타 수급 불안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벌어지는 미국과 이란의 행보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만큼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은 2호 재편안까지 나온 이후 주춤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산업단지인 ▲대산(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여수1호(롯데케미칼·여천NCC·한화솔루션·DL케미칼) ▲여수2호(LG화학·GS칼텍스) ▲울산(에쓰오일·대한유화·SK지오센트릭) 등 총 4곳 중 대산, 여수1호의 사업 재편안이 제출됐다. 나머지 여수2호, 울산 산단의 최종 합의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2025년 국내 에틸렌 연간 생산능력 270만~370만톤(t)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직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단지에서는 기업 간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수2호의 경우 LG화학과 GS칼텍스가 합작법인 설립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GS칼텍스의 대주주인 미국 셰브런을 설득해야 하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울산 산단에서는 에틸렌 생산 감축을 두고 논의의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에쓰오일이 오는 6월 기계적 준공을 마치는 샤힌 프로젝트 가동으로 에틸렌을 180만t 추가 생산하게 돼 구조조정안에 신규 설비 포함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수2호·울산 산단이 최종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석유화학 산업 재편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의결됐다. 이번 시행령에는 석유화학 사업 재편과 고부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이 담겼다. 석유화학업계 1호 재편안을 제출한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5배 수준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100% 고용 승계를 보장했다. 이는 사업 재편에 따른 HD현대케미칼과의 합병에 앞서 인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나머지 석유화학 기업들도 최종 합의안 마련에 진전을 보여야 한다. 석유화학업계는 중동 사태 이전부터 중국발 공급 과잉, 업황 부진 등에 몸살을 앓아왔다. 현재 중동 사태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안정화 대책부터 가격 상승 압박까지 업계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고부가 전환은 이제 필수 과제가 됐다. 국무회의에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의결되며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됐다. 제정안은 다음 주 중 시행령이 공포되면 즉시 시행된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구조 개편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기업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업 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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