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만 보던 시대 끝났다”… 당뇨 500만 시대, 치료 패러다임 전환
||2026.04.14
||2026.04.14
국내 2형 당뇨병 환자가 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치료의 중심축이 ‘혈당 조절’에서 ‘합병증 예방과 장기 예후 개선’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기존의 단순 수치 관리 방식으로는 심혈관 질환과 신장 질환 등 치명적 합병증을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환자 맞춤형 통합 치료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노보노디스크제약은 14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에서 ‘2형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국내 진료 현장에서의 적용 실태’를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당뇨병 치료의 구조적 한계를 짚고, 최신 치료 전략이 실제 임상 현장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현재 국내 당뇨병 유병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2021~2022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는 약 533만명에 달하며, 당뇨병 전 단계 인구까지 포함하면 1400만명에 이른다.
당뇨병 인지율은 74.7%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당화혈색소(HbA1c) 6.5% 미만으로 혈당이 적절히 조절되는 비율은 32.4%에 불과하다. 이는 환자의 상당수가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환이 충분히 관리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날 첫 발표에 나선 류영상 조선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강조하며 기존 치료 접근의 한계를 지적했다.
류 교수는 “국내 2형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은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하나 이상의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고콜레스테롤혈증은 74.2%, 고혈압은 59.6%에 달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질환을 동시에 관리하는 통합 관리율은 15.9%에 그친다”고 말했다.
당뇨병이 단순 만성질환을 넘어 ‘복합 질환’으로 인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속적인 고혈당 상태는 심혈관계 질환과 신장 질환 등 주요 합병증 위험을 높이며 실제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은 정상인 대비 약 1.5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심장과 신장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를 갖고 있어 하나의 기능 저하가 다른 기관의 악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당뇨병 치료는 더 이상 혈당 수치 하나로 평가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류 교수는 “당뇨병 합병증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치료 비용도 급격히 증가시킨다”며 “일부 연구에서는 합병증 발생 시 의료비가 최대 79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조기 단계에서부터 합병증을 예방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치료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조윤경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2형 당뇨병 환자 치료 가이드라인이 단순 혈당 조절을 넘어 동반질환 관리와 합병증 위험 예방을 위한 장기적 기관 보호(organ-protection)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2형 당뇨병 치료가 무조건적인 혈당 강하 중심에서 벗어나 심혈관 및 신장 보호를 포함한 포괄적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며 “실제 최근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치료 목표를 단순 혈당 조절이 아닌 ‘환자 예후 개선’과 ‘삶의 질 유지’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변화는 치료 전략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모든 환자에게 1차 치료로 권고되던 메트포르민은 더 이상 절대적 기준이 아니며 환자의 심혈관 위험, 신장 기능, 체중 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나 SGLT-2 억제제를 조기부터 사용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으며, 만성 신장 질환 환자에서도 이들 약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체중 관리 역시 중요한 치료 목표로 부상했다. 조 교수는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가 절반 이상에 달하는 상황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갖는 GLP-1 약제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며 “이는 당뇨병 치료가 단순한 혈당 수치 개선을 넘어 ‘대사 질환 전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국내 2형 당뇨병 치료는 더 이상 ‘혈당 수치 관리’에 머물 수 없으며 심혈관·신장 보호, 체중 관리, 삶의 질 개선까지 아우르는 통합 치료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진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높은 유병률과 낮은 통합 관리율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 변화뿐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반의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토론 좌장을 맡은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으로 인해 메트포르민(Metformin) 단독요법을 먼저 사용해야만 하고 설폰요소제를 사용한 2제요법으로도 치료되지 않을 때만 GLP-1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사실상 GLP-1이 당장 필요한 환자에게 바로 급여로 쓰기 어려운 구조다”고 했다.
이어 그는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합의점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예후 개선을 위해서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도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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