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효과 걷어내니, 거품 빠진 보험사 M&A 매물
||2026.04.14
||2026.04.14
시장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경영지표 악화로 가격협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부실 상태인 KDB생명과 예별손해보험은 인수 이후 정상화 부담이 큰 탓에 추가 자금 지원 필요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예별손해보험 등 3곳이 꼽힌다. 이들 회사는 모두 오랜 기간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수익성과 건전성 저하로 인수 매력이 약해지면서 거래 성사까지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최대주주 JKL파트너스가 2023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온 회사다. 시장에서는 한때 매각가격이 2조원 이상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는 1조원 안팎에 그친다. 최근 롯데손보가 기존 매각주관사였던 JP모건 대신 삼정KPMG를 새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 원매자 접점 확대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문제는 회사가 내세우는 숫자와 원매자가 보는 실질 체력 사이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잔액은 회사 적용 방식 기준 2조3161억원으로 전년보다 3.2% 늘었다. 하지만 당국 권고 기준으로는 1조8875억원으로 4286억원이 준다. 표면적으로는 미래이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당국의 입장에서 봤을 땐, 오히려 실제 수익 여력이 악화한 셈이다.
같은 기간 신계약 CSM도 41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1년 내 계약 해지율도 2024년 14.3%에서 지난해 20%를 넘기는 등 영업 환경이 녹록치 않다.
건전성 부담도 변수다. 회사의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을 뜻하는 킥스비율(K-ICS)은 127.36%지만, 당국 유예 조치를 걷어내면 104.57%로 내려간다. 과거 대주주 JKL파트너스측이 채권단에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릴 때 약정한 기한이익상실(EOD) 기준선 125% 아래로 떨어지는 셈이다.
유예 조치는 2023년 금융당국이 K-ICS 도입에 따른 충격을 한꺼번에 반영하지 않고, 최대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눠 인식하도록 한 장치다. 롯데손보 건전성이 당장 EOD 조건에 충족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매자 입장에서는 유예 종료 이후까지 감안해 인수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다.
예별손보는 2022년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가교보험사다. 예보는 2023~2024년 세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했고, 지난해 9월 구조조정 이후 다시 공개매각에 나섰다. 예별손보 매각은 오는 16일 본입찰을 마감한다.
현재의 관심은 매각가보다 예보 지원 조건에 더 쏠려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예별손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1조원 이상의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봐서다. 예보 지원 규모가 매각 협상 관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KDB생명도 최근 금융위원회 재가를 받아 다시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이르면 이달 중 매각 공고가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주관사는 그간 자문을 맡아온 삼일PwC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 역시 당국 유예 조치 효과가 크게 반영된 회사다. 지난해 말 K-ICS는 205.73%지만, 유예 조치를 걷어내면 70.99%로 떨어진다. 지난해 말 CSM 7213억원으로 전년보다 1305억원 줄었다.
다만 이들 세 회사 가운데서는 KDB생명이 상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으로 꼽힌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중 유일한 생명보험사이기 때문이다.
잠재 후보군으로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언급된다. 증권 계열사를 통해 발행어음과 IMA 자금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장기 자금 조달 확보가 가능한 생명보험사가 자산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매물로 평가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결국 지원 조건과 매도 측의 부담 분담 수준에 따라 거래 성사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인수 가격보다 인수 이후 추가 자금 투입 규모가 더 민감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과조치나 회계상 완충 효과로 현재 지표가 일정 부분 방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수 이후 그 부담은 결국 새 주인이 떠안아야 한다”며 “원매자들이 추가 자본부담 가능성까지 보수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만큼, 매도자가 기대하는 가격이 당초 시장에서 거론되던 수준으로 형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