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세계 시장 장악해 가는 中, 韓 가전은 지속 가능한가
||2026.04.13
||2026.04.13
“세계 시장 1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실적 구조를 살펴보면 전형적인 만성 적자 기업이다. 조직문화도 변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가전, TV 사업부만 다른 회사 같다는 인식이 퍼진 지 오래다.”
최근 삼성전자 가전(DA)사업부를 퇴임한 한 임원의 푸념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의 소니, 샤프 등 거인들을 하나둘씩 꺾어나가며 세계 TV 시장 1위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TV, 가전은 반도체, 스마트폰처럼 한국의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이제 신화를 쓴 주역들은 어느새 머리가 희끗한 원로가 됐다.
IT, 전자 시장의 기술 전환과 패러다임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2010년대 들어 ‘모바일 혁명’과 함께 삼성전자는 완제품 사업 부문을 IM(IT·모바일)과 CE(소비자가전)로 나눴는데, 두 사업의 ‘업’의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당시 미래전략실(현 사업지원실)의 판단이었으며 결과적으론 맞는 판단이었다.
스마트폰 사업(현 삼성전자 MX사업부)은 갤럭시 시리즈를 구상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세계 시장에서 미국 애플과 같은 경쟁자와 겨뤘고, 발빠르게 세계 시장 트렌드에 맞춰 변화해야 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앱, 최적화, 공급망 등 모든 면에서 애플을 기준으로 경쟁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삼성전자 사업부 내에서도 반도체 부문(DS)만큼이나 해외파가 많았고, 시장 변화에 기민한 사업부가 됐다.
삼성전자 TV와 가전 사업의 조직문화와 경영 방식이 뒤처지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부터였을 것이다. TV, 가전 사업은 하드웨어와 가격 경쟁 중심, 원가 절감에만 치중하는 순수 제조업 경쟁이었다. 내수 시장에서는 LG전자, 북미에선 월풀이나 중국 기업, 유럽에선 보쉬나 밀레 등과 싸워야 했기에 그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과거 일본의 소니, 샤프가 그랬던 것처럼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고수해 왔지만, 10년 전부터 아슬아슬하게 유지해 온 흑자는 이제 완전히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도 거의 없어지거나 역전되기 시작하며 중장기적으로 사업의 지속 가능 여부가 불분명해졌다. 최근 삼성전자가 슬로바키아 공장을 폐쇄한 것은 사실상 첫 단추에 불과할 뿐, 앞으로 사업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법이 사실상 그동안 해온 해법뿐이라는 사실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두각을 드러내야 한다. 스마트폰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격차를 만들 수 있는 구조지만 TV의 경우 차별점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 최근 중국 TCL, 하이센스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의 점유율을 거의 따라왔다.
전문가들도 완제품 사업에서 제조 기술 경쟁으로 중국과 직접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기업과 제조 기술력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 같은 전략으로는 출혈 경쟁이 심화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사업 규모를 최대한 축소하거나 일각에선 TV, 가전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나온다.
지난 2010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경영 복귀를 선언하며 강조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발언이 과장이 아닌 셈이 됐다. 중국의 부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됐지만, 삼성은 품질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를 과신하며 과감한 결정을 미뤄오기만 했다. 위기마저 익숙해진 가운데 세계 1위라는 타이틀에 안주했던 보수적 경영 전략이 ‘병’을 키웠고, 상황을 알아챈 지금은 어디부터 수술을 해야할 지도 난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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