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은 직접 쓰고 AI는 검증만…업무 역량 지키는 ‘실전 조언’ 5가지
||2026.04.13
||2026.04.13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인공지능(AI)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이용자가 비판적 사고와 판단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12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기업 임원과 교수, 신경과학자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사고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핵심은 AI를 '대신 일하고 대신 생각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를 확장하고 검증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존스홉킨스대 교수 마지드 포투히(Majid Fotuhi)는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할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AI를 적절히 활용하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하도록 뇌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 현장의 불안도 적지 않다. 워크데이(Workday)가 지난해 2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AI 에이전트가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스코(Cisco) 수석부사장 아누라그 딩그라는 이를 두고 "우리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로 인해 더 멍청해지고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첫 번째 원칙은 초안을 직접 쓰는 것이다. PwC에서 AI 도입을 이끌었던 기타 라잔은 숫자 검증이나 비정형 데이터 추출, 자신의 작업에 대한 반론 제기에는 AI를 활용하더라도 첫 초안은 직접 작성한다고 밝혔다. EY의 글로벌최고혁신책임자 조 디파 역시 팀원들에게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사용하기 전에 먼저 이메일을 쓰듯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코파일럿(Copilot) 같은 도구로 문장을 다듬으면 문제를 찾아내거나 추가 질문을 던져 사고를 더 밀어붙일 수 있어 훨씬 생산적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방법은 AI에 반론을 요구하는 것이다. 포서빌리티 인스티튜트(Possibility Institute)의 수석과학자 비비언 밍은 자신의 주장에 대해 '내가 놓친 점은 무엇인지', '어떤 반론이 가능한지'를 AI에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생산적인 마찰'이라고 표현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의 제이컵 셔슨도 사고 과정의 주도권은 인간이 확실히 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레임-탐색-정제-약속'(FERC) 틀을 제시하며, 먼저 문제를 설정하고 AI로 여러 선택지를 탐색한 뒤 이를 비교·수정하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력 결과 하나만 검토한다면 그것은 평가가 아니라 수용"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어려운 과제를 일부러 반복하는 습관이다. 캘리포니아대 교수 글로리아 마크는 긴 호흡의 읽기나 꾸준한 집중을 요구하는 온라인 강의처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일상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AI가 모든 일을 대신하도록 두는 '가장 쉬운 길'의 함정을 피하고, 지적 작업을 계속하면서 몰입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네기멜런대의 아니켓 키투르 교수 또한 생각하는 과정이 힘들수록 얻는 것이 크다며, 너무 쉽게 느껴지는 일은 실제 역량을 키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는 새로운 자극으로 뇌를 계속 훈련하는 것이다. 뇌 가소성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마이클 머제니치는 "뇌가 예리함을 유지하려면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이 문제를 스스로 풀 때는 추론하고, 연결하고, 중요한 정보를 떠올리는 과정을 거치지만, AI가 즉답을 주면 이런 노력이 빠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포투히는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거나 이름, 카드번호 같은 정보를 외워보는 식으로 기억력과 주의력을 점검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는 AI가 만든 결과를 자기 언어로 설명해 보는 검증 단계다. IBM과 아마존웹서비스(AWS), 에스티로더 전직 임원 출신 솔 라시디는 AI가 만든 답변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밍은 많은 이용자가 AI가 만든 결과물을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는 '유능감의 환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면을 보지 않고 동료나 자신, 심지어 반려동물에게라도 그 결과의 논리를 설명해 보라고 조언했다.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것"이라며, 그렇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사고한 것이 아니라 정교한 카피 행위에 가까울 수 있다고 말했다.
AI 확산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고의 최종 책임까지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직접 쓰고, 반박을 구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유지해야 AI가 역량을 갉아먹는 도구가 아니라 판단력을 보강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조언의 공통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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