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최대 산유국이라 자신했는데…전쟁 한 번에 무너진 ‘에너지 독립’
||2026.04.13
||2026.04.13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이란 전쟁 여파로 미국 전역의 휘발유 가격이 4년 만에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12일(이하 현지시간)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국제 유가 급등의 충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미국이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인 만큼 해당 해협 물동량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그들이 가진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민주당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전쟁 이전 대비 지난 한 달간 휘발유 비용으로 84억달러(약 12조5000억원)를 추가 부담했다.
핵심은 생산량이 아닌 시장 구조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300만배럴로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휘발유·디젤 등 석유제품 수요는 하루 2000만배럴에 달한다. 이를 메우기 위해 미국은 지난해 하루 61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으며, 이 중 약 8%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페르시아만 산유국에서 들여왔다.
정유 설비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유사들은 1980~1990년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질·고유황 원유에 맞춰 설비를 구축했다. 반면 최근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난 것은 경질·저유황 원유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서맨사 그로스(Samantha Gross)는 이를 "고품질 원유를 수출하고 저품질 원유를 수입하는 교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미국이 생산량을 늘려도 글로벌 원유 시장과 분리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가격은 국제 시장에서 결정된다. 그로스는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찾는 과정은 가격을 통해 이뤄진다"라며 "미국도 같은 원유를 두고 경쟁하는 만큼 높은 가격을 함께 부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달 단기 전망에서 분쟁이 4월 말 완전히 해소되더라도 유가는 올해 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서부 지역의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번 주 초 갤런당 5.40달러(약 8000원)로, 전국 평균보다 약 30% 높았다.
연료별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쟁 이후 휘발유 가격은 약 40% 상승했으며, 디젤은 50% 가까이 올랐다. 항공유는 65% 급등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축소하고, 여름까지 여객 공급을 5% 줄일 계획이다.
천연가스는 상대적으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미국 시장은 글로벌 연동성이 원유보다 낮아 공급 부족이나 급격한 가격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아시아는 심각한 수급 압박을 겪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를 공급하는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송 차질이 발생했다. 여기에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도시의 대형 LNG 수출시설이 미사일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카타르에너지는 복구에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 유럽연합, 한국 등을 상대로 LNG 장기 계약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수출 터미널 8곳은 이미 모두 가동 중이다. 추가 설비 확충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단기간에 글로벌 공급 공백을 메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독립'이 생산량만으로 달성될 수 없음을 다시 보여줬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선임고문을 지낸 고든(Gordon)은 대통령이 언급한 수준의 완전한 에너지 독립은 "석유 수요를 극적으로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단기간 내 구조 전환이 어려운 만큼, 미국 역시 글로벌 에너지 시장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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