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패키징 비중 커져...적층·칩렛 기술 격전지로
||2026.04.13
||2026.04.13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반도체 업계 기술 경쟁 축이 미세공정에서 패키징으로 옮겨가고 있다. 선폭 축소가 물리적 한계에 근접하면서 2.5D·3D 적층과 칩렛이 성능 기술 경쟁 관건으로 부상했다. 단순히 파운드리 단계를 넘어 설계 지식재산권(IP)·라이브러리·전자설계자동화(EDA) 툴까지 포함한 밸류체인 전체가 재편되는 흐름이다. 여기에 전력반도체 영역에서도 칩렛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재편의 범위가 로직 반도체를 넘어 전력 공급망 전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성능·전력·대역폭 요구를 단일 공정으로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려면 로직-메모리-어드밴스드 패키징을 연계한 최적화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칩을 옆으로 늘어놓는 2.5D와 위로 쌓는 3D는 이 요건을 채우기 위한 설계 방법론으로 자리를 굳혔다. AI·HPC 서버가 칩렛 확산의 첫 전장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 경쟁이 미세화에서 시스템 효율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패키징 기술 자체도 격전지가 됐다. 3D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처럼 이종(異種) 다이를 정밀하게 연결하는 인터커넥트 기술이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로 올라왔다.
메모리 빅2도 이와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어드밴스드 MR-MUF 방식의 독자 패키징 기술과 양산 수율을 핵심 경쟁 요소로 내세웠다. 삼성전자 역시 3D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 기술을 구축하고, 로직 기반 베이스 다이와 메모리 기반 코어 다이를 3D 스태킹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군을 개발·양산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칩렛 재편 흐름은 로직·메모리에 그치지 않고 전력반도체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 인텔 파운드리 테크놀로지 리서치 팀은 2025년 IEEE 국제전자소자회의(IEDM)에서 300mm 갈륨나이트라이드(GaN)-온-실리콘 웨이퍼 기반의 GaN 칩렛 기술을 최초로 시연했다. 하부 실리콘 기판 두께가 19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세계 최박형 GaN 칩렛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수준이다. 300mm 웨이퍼에서 양산 수준의 균일도를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GaN 칩렛 위에 실리콘 디지털 제어 회로를 단일 공정으로 통합한 데 있다. 기존에는 전력 트랜지스터와 디지털 제어 로직이 별도 칩으로 분리돼 있어,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고 실장 면적도 커졌다. 인텔 파운드리 팀은 GaN N채널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N-MOSHEMT)와 실리콘 P채널 금속산화물반도체(Si PMOS) 트랜지스터를 동일 웨이퍼 위에 나란히 구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칩 쌓고 붙이는 기술이 승부처…파운드리·패키징·IP 생태계 '한 세트'로
이러한 흐름은 밸류체인 재편 논의와 직결된다.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설계 인력과 비용이 급증하고, 파운드리가 제공하는 IP만으로는 공백이 생긴다. PCI·USB·HDMI 같은 고속 인터페이스 IP는 소수 전문 벤더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신규 진입이 어렵다.
결국 파운드리 공정 선택부터 IP·라이브러리·EDA 생태계 구성까지 한 세트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1월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설계·파운드리 공정·메모리·선단 패키징까지 통합 제공하는 원스톱 솔루션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이를 원하는 고객사들과 제품 및 사업화 관련 논의를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턴키 사업 모델의 실질적 성과 창출도 전망된다는 설명이다.
후공정의 전략적 비중도 커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에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준비하며 전·후공정을 아우르는 글로벌 통합 제조 역량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패키징·테스트·품질 관리를 수율과 원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도 본 것이다. 외주로 처리되던 후공정이 전략 자산으로 격상된 셈이다.
2나노 이후 로직과 전력반도체를 가리지 않고 파운드리·패키징·인터커넥트·IP 생태계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묶어낼 수 있는가가 경쟁력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수요를 둘러싼 경쟁은 특정 공정 노드보다 훨씬 넓은 전선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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