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달라진 민법, 눈 감은 뒤 자식들 법정 다툼 막으려면
||2026.04.13
||2026.04.13
상속 소송은 다른 사건과 다르다. 승소한 사람도 행복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법정에서 형제자매에게 이겼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고, 가족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 소송이 끝나고 형제자매 사이에 몇억원이 이체된 뒤에는 명절에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속과 관련해서는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는 것이 낫다.
수많은 상속 분쟁을 다루다 보면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조금만 더 명확하게 의사를 표시해 주셨다면 자녀들이 법정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법원은 고인이 남긴 법적 진술을 매우 존중한다. 그러나 진술이 없으면 법이 정한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고, 그 원칙이 고인의 뜻과 다른 결과를 낳는 사례가 적지 않다.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은 패륜 상속인이 상속권을 상실해 유류분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부모를 잘 모신 ‘효자’라면 기여상속인으로 인정받아 부모가 봉양의 보상으로 준 재산은 유류분 반환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다른 형제자매에게 뺏기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후 “이제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밀려들고 있다. 핵심 수단은 유언장이다. ‘이 재산은 자녀의 장기 부양에 대한 보상으로 주는 것’이라는 증여 취지가 유언장에 담겨 있다면, 훗날 수억원짜리 소송에서 방패가 된다.
또 고인이 생전에 패륜 상속인에 대해 공정증서 유언(유언공증)의 방식으로 상속권을 상실시켜야 한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잘 작성된 유언장 한 장이 수년에 걸친 소송보다 훨씬 강력한 분쟁 해결 수단이 될 수 있다.
개정된 민법은 가족 사이에서 물려받은 부동산 때문에 싸울 소지도 없앴다. 유류분 반환 소송에서 패소해 물려받은 재산을 떼어 줄 때, 기존에는 ‘원물(原物) 반환’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가액(價額) 반환’이 원칙으로 바뀌었다. 물려받은 부동산에서 지분을 떼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하는 금액만큼 현금으로 줄 수 있게 원칙과 예외가 바뀐 것이다.
덕분에 유류분 반환 소송을 할 정도로 사이가 틀어진 형제자매가 건물에서 들어오는 월세 수입을 배분하려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 또 세금 등 각종 비용 때문에 형제자매 간에 발생할 새로운 분쟁을 막으려 부동산을 싼값에 급히 처분할 일도 없어진다.
다만 현재 소송 중인 유류분 분쟁에서 부동산이 문제 되는 경우 여전히 지분을 다른 형제자매와 나눠야 하는 원물반환을 해야 한다. 개정된 민법이 시행된 3월 17일 이전에 이루어진 상속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서다.
일부 분쟁 당사자는 “상속이 법 시행 전 이뤄졌지만, 가액반환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개정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당사자들이 반환 방식에 관하여 가액반환으로 합의하거나, 법원이 조정 과정에서 이를 유도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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