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남성 육아휴직 ‘0%’ 수두룩… 은행 평균 10% 대조적
||2026.04.13
||2026.04.13
나머지 증권사도 한자릿수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신증권이 그나마 8%로 가장 높았고, 신한투자증권 7.1%, 미래에셋증권 6%, 하나증권 5.3%, 메리츠증권 2.9%, 삼성증권 2.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권은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 남성 직원의 평균 육아휴직 사용률은 11.17%로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15.85%, 국민은행 14%, 신한은행 9.4%, 하나은행 5.45%로 집계됐다. 금융권 내에서도 업권 간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여성 육아휴직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10대 증권사의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평균 77%대로, 여성 직원 사이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는 90%를 웃도는 높은 사용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은행권과 증권업계 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격차는 단순한 제도 차이를 넘어 조직 구조와 평가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투자은행(IB)과 세일즈 중심의 성과주의 문화가 강해 개인 실적이 보상과 승진에 직결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정 기간 업무 공백이 발생하면 곧바로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 사용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반면 은행권은 지점과 부서 단위로 업무가 운영돼 인력 대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성과 평가 역시 증권사에 비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체계를 갖춰 육아휴직에 따른 불이익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여기에 노조 영향력과 금융당국의 가족 친화 정책 기조까지 더해지며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점진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자체는 마련돼 있지만 남성 직원의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나 커리어 단절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며 “조직 문화 변화 없이는 실질적인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증권사가 자유로운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0%인 곳도 있어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인사 평가 방식 개선과 경영진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남성 직원의 경우 복귀 이후 비선호 부서 배치 등 인사상 불이익 우려와 조직 내 분위기로 인해 사용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업계도 은행권처럼 회사 차원에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불이익이 없다는 신호를 명확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